향우들을 만날 때 마다 똑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마다 그리워하고 찾는 곳이 태어난 고향과 어릴 적 꿈을 키우고 자라난 초등학교라고 한다. 초등학교에 가 보면 안다. 마음이 아늑해지고 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며 친구들이 생각나는 곳이다.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먼저 기억해 주고 보듬어 주는 공간이 초등학교 교정인 것 같다.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고 졸업한 경우에 동문(同門) 또는 동창(同窓)이라 한다. 같은 스승 밑에서 같은 문을 드나들며 공부했기 때문에 동문이고 같은 창문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기 때문에 동창이라고 한다. 또 졸업한 학교를 모교(母校)라고 부른다. 모교는 어머니와 닮아 있다. 아이의 출산으로 평생 어머니와 자식 관계로 맺어지듯이, 모교와 졸업생의 관계는 영원히 이어지는 인연(因緣)이 된다. 각 학교마다 매년 열리는 ‘모교 총동문회’가 이를 증명한다. 어머니가 아프면 자식들이 걱정하듯이 모교가 위태로우면 동문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모교와 동문의 관계는 곧 자식과 어머니의 관계다. 

백종필·정금도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고현과 도마초등학교 살리기가 지난달 28일 고현면, 새남해농협, 고현과 도마초등학교 어린이, 이장단과 각종 단체 등 고현면의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큰 외침이 되어 전국의 방송으로 소개되었다. 소개된 내용은 지난해 고현초등학교의 졸업생이 10명, 올해 입학생이 3명이라는 것, 또 지난해 학생수 감소로 고현중학교가 폐교되고 남해군 고현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집도 땅도 준다는 것이다. 

백종필ㆍ정금도 교장 선생님은 올해 3월1일 나란히 부임했다. 전국의 농촌학교 대부분이 인구감소로 폐교위기에 처하는 등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도 두 분의 교장선생님이 학교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두 학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폐교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공동의 인식으로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고현면과 새남해농협, 이장단 등 관련 단체와 사람들을 귀찮을 정도로 계속해서 찾아가서 학교살리기와 고현면의 각종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지금까지 농촌 학교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어 거의 포기하는 현실을 과감히 벗어나 학교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두 학교 교장선생님의 열정에 고현면과 새남해농협 그리고 이장단, 새마을운동단체 등 고현면의 각종 단체와 주민들까지 함께 호응하고 나왔다. 새남해농협에서는 관내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전입해 오는 도시민에 대한 농지와 농기계 지원 등 앞으로 더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 학교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인구감소는 학교 뿐 아니라 마을과 면 단위의 소멸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 소개된 고현면 차면마을의 경우 대부분의 주민이 60대이며 20대는 1명, 10대는 1명도 없는 실정이고 빈집도 10가구 중 한 집 정도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인구감소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남해전체의 마을과 읍면이 처한 공통적인 현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행정단위와 초등학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지역민들을 결속시키면서 생활권의 기초단위로서 기능해왔다. 초등학교와 마을과 같은 지역기초 행정단위가 소멸을 멈추고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 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 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전출 억제 등 인구감소의 비율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한데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이 고향을 기반으로 교육 및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일할 만한 자리라고는 공무원, 농수축협 등 기관의 직원 등 공공일자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찾기가 없다시피하다. 

고현과 도마초등학교, 고현면,  새남해농협 관계자들과 고현면민들이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시작한 학교살리기와 지역살리기에 남해군과 남해군의회 등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이 남해 전역으로 확대된다면 초등학교 살리기와 인구감소도 막고 나아가 인구의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어려운 현실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나선 백종필·정금도 교장 선생님과 같은 열정들이 하나 둘씩 모여 지속가능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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