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서울 동대문의 디자인 플라자, 제주도 방주교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대성당.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성당 등 역사적인 건축물을 제외하고라도 새롭고 현대적인 건축물을 보고 건축가,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가는 곳이다. 

잘 지은 건축물이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는 ‘빌바오 효과’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상상의 나래를 펴는 새로운 건축물의 시대를 열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 광산,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 도시로, 1980년대 들어 빌바오 철강 산업이 쇠퇴하고 도시의 기능이 점차로 침체되어 갔다. 1991년 빌바오는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하고 1억 달러를 들여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여 미국의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설계로 7년 만에 건물을 완공하였다.

1997년 티타늄판 구조물이 50m 높이로 치솟은, 기묘한 형상의 종잇장처럼 마구 구겨놓은 듯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인구 40만의 도시 빌바오에서 개관하자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이후 세계는 국제설계 공모전 붐이 일었다. 빌바오 효과를 얻고 싶은 나라들의 스타 건축가 섭외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덕에 세계 곳곳에서 유명한 건축가들의 디자인 경쟁이 시작됐다. 
2005년 완공된 싱가폴의 대법원 신청사는 거대한 디스크가 공중에 떠 있는 UFO 같은 접시모양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처음에는 대법원 위엄이나 권위에 맞지 않다고 하는 여론이 많았는데 현재는 첨단을 달리는 싱가폴의 정체성에 걸맞은 세계적인 공공건축물이 되어 싱가폴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로 꼽히고 있다.

우수한 평가를 받는 국내외 공공건축물의 도시 중 경북 영주시는 그동안 풍기읍사무소, 삼각지 마을 노인복지관, 실내수영장, 조제리 보건진료소, 한절마 경로당, 영주시립도서관 등 건축분야에서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한국농어촌건축대전, 공공건축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의 건축가들과 지자체에서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튀는 외형만이 건축물의 성공 공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이하든 조화롭든 잘 짓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내용이다. 아무리 멋진 건축물이라도 안에 담고 있는 콘텐츠가 부실하다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외형만 튀는 건축물보다 주변과 조화·역사 그리고 무엇보다수준 높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한 설계가 무엇보다 핵심”이라는 것이다.

요란하나 권위적이고, 호화로우나 낮은 평가를 받는 많은 공공 청사가 관(官)의 참견 없이 생겼다고 믿는다면 순진하다는 게 건축계의 평가다. 한국 공공 건축의 심각한 위협은 설계전문가의 설계의도나 의견을 무시하고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지붕의 갓과 같이 비전문가이면서 높으신 분들의 의견에 따라 디자인 자체가 완전히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2013년 100명의 건축전문가와 기자에게 ‘해방 이후 최악의 건물’을 뽑게 한 적이 있다. 현 서울시 신청사가 39표로 압도적 1위를 하고,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 입맛대로 갓 모양 지붕을 얹은 예술의 전당이 뒤를 이어 2위였고 10위 안에 든 무려 8개 건축이 공공 건축이었다.    

공공건축물에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경북도는 올해 공공건축물을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설계를 도입해 관광 자원화 하기로 하고 국제설계공모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5일 청사 보상협의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장정이 시작된 남해군의 신청사도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수준이 아니라도 행정과 공무원 중심의 공공건축물 개념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창의적인 건축물이자 남해군의 정체성에 상징성을 반영한 군민에겐 내 집 같이 편안하게 찾아가서 소통하는 공간, 건축가 관광객에게는 남해에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남해를 상징하는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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