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마을회관 바로 옆 남해마트의 작은 놀이터. 말은 고장 났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몇 발자국 나가면 충렬사 잔디밭으로 이어진다.
노량마을회관 바로 옆 남해마트의 작은 놀이터. 말은 고장 났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몇 발자국 나가면 충렬사 잔디밭으로 이어진다.
충렬사 앞 한 카페에서 보이는 잔디밭,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그 자체로 야외키즈카페가 되는 셈이다
충렬사 앞 한 카페에서 보이는 잔디밭,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그 자체로 야외키즈카페가 되는 셈이다

사랑하게 되면 그제야 보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놀 곳, 갈 곳, 연령대별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저귀 교환대, 유아용 변기 등 아이 눈높이에 맞춰진 ‘가족 화장실’. 편의시설이라 불리는 것의 꽃은 단연 ‘놀이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여행의 동반자로 으뜸은 다시 ‘가족’으로 꼽히고 있는 시대에 야외 놀이터는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남해군의 첫 관문, 남해대교 개통의 역사와 함께해 온 놀이터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지. 바로 설천노량마을회관 바로 옆, 회센터들과 식당이 즐비한 한 가운데 회전 로터리 바로 앞 ‘남해마트’ 앞의 자그마한 놀이터가 바로 그곳이다. 거기에 놀이터가 있었던가? 지나칠 법한 작은 규모의 놀이터이지만 오래된 연식에 비해 풀 한 포기 없이 비교적 잘 관리되어있는 곳이다. 

이 노량 놀이터를 주로 관리해주고 있는 이는 남해마트 내외다. 이정순 씨는 “본래는 우리가 임의로 사용하고 있던 땅인데 1975년 남해대교 개통하면서 마을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올란가, 육영수 여사가 올란가도 모르는데 마을에 놀이터 하나는 있어야 될 게 아니냐고 하도 강조를 해서 여기에 시소 하나 그네 하나 두면서 놀이터가 생긴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마을 아이들 없다며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그런데 가족여행객들은 아이들 때문에 꼭 들렀다 간다. 마트 앞에 있다 보니 우리가 매일 쓸고 치울 수밖에 없다. 풀 한 포기도 얼마나 뽑는지, 관리 안 하면 뭐든 쑥대밭 되는 게 인생사 아닌가”하고 웃으셨다.
이곳 놀이터에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남해충렬사 공원 잔디밭으로 이어진다. 이 잔디밭은 공중화장실과 거북선 모양의 무대 등 편의시설과 더불어 훌륭한 야외 놀이터이다.
산청에서 놀러 온 5세, 8세 아이들 엄마는 “이곳 잔디밭이야말로 최고의 자연 놀이터다. 잔디밭 앞에 자리한 카페나 식당 창가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다가 아이들이 부르거나 무슨 일이 생길라치면 곧장 달려갈 수 있어 이 자체가 큰 야외키즈카페 같다”고 평했다. 실제로 4명의 엄마, 7세 아이들 4명이 함께 온 경우 엄마들은 카페에서, 7세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다 수시로 필요한 게 있으면 카페로 달려오길 반복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주민 정연진 씨는 “실제로 이 동네엔 놀이터를 뛰어놀만한 초등저학년 아이가 별로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부터가 관심이 적다. 그러나 노량회센터나 충렬사 등 이곳으로 여행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저 작은 놀이터라도 있어 다행이라는 듯 얼마나 알뜰히 즐기고 가는지 모른다. 놀이터 안에 말이 고장 났지만, 고장난 말이라도 있으니 앉아 놀고 간다. 식당 이용객도 밥 먹기 전후 아이들 그네 태워 준다”고 말하며 “거창한 놀이공원이나 물놀이장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놀이터에서부터 야외 잔디밭까지 도로양 입구에 야트막한 과속방지턱이나 바닥에만이라도 ‘천천히’ 표식이 있거나, ‘아이들이 뛰어나올 수 있다’는 안내판을 해둬 안전사고 나지 않도록 하는 등 관심을 가져주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놀이터 바로 옆의 웅장한 노량마을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건립비를 보니 3억 8천만원을 들여 2013년 2월 19일 준공했다. 준공비에 적힌 비문이 인상 깊다. ‘이충무공의 충렬사가 자리한 유서 깊은 남해 노량마을. 민족의 성지 노량마을, 어느 마을 회관보다 웅장한 위용을 과시하며 후대에 영원히 물려줄 수 있는 노량마을의 보물…’여기까지 읽다가, ‘후대’, ‘보물’이라는 단어 앞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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