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됨됨이를 그저 지켜 봐줍니다. 내가 강 기자에게 질문 하나 할게요. ‘알고 짓는 죄가 클까요? 모르고 짓는 죄가 클까요?’ 이렇게 물으면 다수의 사람들은 ‘알고 짓는 죄’가 크다고 답하죠.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크다’고 하셨어요. 부처께서는 ‘알고 짓는 죄가 가볍고 모르고 짓는 죄는 무겁다’ 하시면서 ‘알고 짓는 죄일수록 개과천선의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고, 다시는 죄 안 지어야지 다짐하며 더욱 성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지요”
남해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의 말씀이다. 스님은 그렇다면 알고 짓는 죄를 줄이는 길은 무엇일지를 늘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그 과정이 곧 수행이라고 하셨다.
성각스님은 “자가당착에 빠져선 안 됩니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무명에 빠지면 누구나 죄인이 되어 버리죠. 죄인이 뭔가요. 죄를 지은 사람이죠. 죄와 죄인은 다릅니다. 그래서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겁니다. 스님에게도 수행은 쉬운 일이 아닐진대 범부(凡夫)가 죄를 짓고 안 짓고는 한순간이거든요. 제가 교정, 교화활동 자체를 수행으로 보고 행하게 된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이어 가셨다.
그렇게 이어간 교정ㆍ교화 활동이 1991년부터 시작됐으니 어느덧 30년에 이르렀다. 현 창원교도소, 당시는 마산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을 만난 게 시작이었다. 성각스님은 지난 1991년 마산교도소(현 창원교도소)에서 법무부 장관 위촉 종교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이후 1995년부터는 진주교도소에서 수용자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성각스님은 매달 법회를 개최하고, 자신의 사찰 신도와 수용자 간 자매결연을 주선하며 이들이 죄를 깨우치고 새 삶을 찾아 한 발,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위로와 희망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지난 9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8회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자비상’을 수상한 성각스님의 이야기다.

삶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나쁜 습(習)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성각스님은 교정, 교화란 ‘맑은 정신으로 바꾸는 실천’임을 설명하며 “교도소 수용자들은 죄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서 멀어져 세상과 단절되어 있죠. 이들을 다시 세상에 복귀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세상 밖으로 감옥 속으로 떠밀려 오지 않도록, 그런 굳건한 마음을 먹고 실천할 수 있도록 믿음-각오-신념이 양자 모두에게 흐르도록 보듬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우리의 일상살이도 그렇듯 모든 것이 습(習)이다. 착한 습이 배인 사람은 연필 하나만 훔쳐오라 시켜도 안 한다, 아니 못한다. 그만큼 습이라는게 힘이 세다. 그러나 나쁜 습(習)에 젖어든 이는 악습이 되살아나 악업을 다시금 짓게 되는 것이다. 호흡 한번 잘못하면 끝인 셈이다. 죄 또한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호흡 한 번 잘못하고 패악질할 때 수명은 줄어들게 되는 법”이라며 이치를 말하셨다.
이러한 이치를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멈춰져 있는 ‘법회’를 통해 매달 1회씩,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전해왔다.

수양이자 참선의 결과물인 선화

그뿐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선화 24점을 진주교도소에 기증하기도 했다. 선 수행의 과정이자 결과라 불리는 선화(禪畵) 무형문화재 제19호인 성각스님은 “하나의 수양이자 참선의 결과물인 선화를 통해 수용자들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씻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러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예배의 대상이 아닌 감상의 대상인 스님의 선화는 누구든 감상자 스스로가 보는 순간 스스로 깨닫게 된다. 매 순간 깨어있으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선화를 바라보는 이에게도 가닿았을까.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네. 걸으면 걸을수록 액자도 바뀌는데 나 자신이 못 변하겠는가. 저 액자들처럼 가면 갈수록 달라지는 것처럼 변해 보자. 꽃들처럼 향긋하고 보기 좋은 사람이 되자. 그림 액자와 꽃에게 고마움을 느꼈다.”(제소자 A씨) 이 글은 ‘가온길 갤러리’를 지나며 선화를 본 수용자가 직접 쓴 글이다. (진주교도소 제공)

끝으로 스님은 말씀하셨다.
“순간 판단 잘못하면 죽음의 기로에 놓이는 게 우리네 삶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부모가 내게 주신 생명을 조금 더 귀하게 생각하고 지혜로 극복해 가야 한다. 코로나19로 각자의 위기를 겪고 있으나 이 또한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방임하지 않고, 용기를 놓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세나”
스님께서 그린 선화 속 산심(山心), 산의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거짓 없이 푸르름만을 전하고픈 그 산의 마음. 위로라는 것, 희망이라는 것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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