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삼각지역 부근에서 국회사무처 소속으로 현재 국방부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장지원 이사관을 만났다. 앳된 모습에 이사관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서로 얘기를 하다 보니 청렴함이 몸에 배어 있었고 믿음직스러운 남해인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이사관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으로 일한 이력을 알려달라. 현재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국회 입법부 공무원으로, 지금은 잠시 국방부에 파견 나와 있다. 1998년 제15회 입법고등고시에 660:1의 경쟁률을 뚫고 최연소로 합격했다. 2004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사무관), 2008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입법조사관(서기관), 2013년 국회사무처 인사과장(부이사관)을 거쳤다. 2014년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인 국제의회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에서 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전 세계 의회에 배포되는 보고서인 국제의회보고서(Global Parliamentary Report)’의 작성·발간에 기여했다. 비록 헌법개정은 안되었지만, 2017년 입법심의관(국장)으로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참여하여 1년 이상 헌법 개정 업무에 매진하기도 하였다. 2019년 이사관 승진과 함께 국방부 파견(1) 근무 중이다. 올해 7월 중순경 국회 복귀 예정이다.”

장 이사관은 난령초, 이동중, 남해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2008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를 수료했다. 2012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Colorado University)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졸업했고, 현재 서강대 법학대학원 법학 박사과정(헌법 전공)에 재학 중이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행정부와는 분리돼 있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행정부와는 다른 국회 공무원의 특징은 무엇인가?

행정부에 비해 넓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가령, 저의 경우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 교육, 헌법 개정 등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다만, 여러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공통되는 핵심자질로서 법률과 예산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이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과 정책이 통과하는 최종 관문이기 때문에, 사명감과 부담감도 막중하다. 대한민국의 얼굴이고, 외국 정상이 오면 반드시 들리는 곳 중 하나가 국회이므로 건물, 조경 등을 잘해 놓아 근무여건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남해출신 국회의원들이 꽤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인가?

현 제21대 국회에 남해 출신 국회의원은 김두관(경남 양산), 박성중(서울 서초구을), 윤미향(비례대표), 하영제(남해사천하동) 의원이 있다. 전체 국민 중 남해군민의 비율은 0.1%가 채 안되는데, 전체 의원(300) 중 남해 출신 의원의 비율은 1%가 넘는다. 남해인으로서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까지 하신 박희태 의원님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많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21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약 25천건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일단 양적으로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법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1만건만 처리되고, 15천건은 미처리되어 처리율은 4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법안 위주로 제안하고 제때 법안심사를 해 국민들이 국회의 존재를 체감할 수 있는 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로 뉴노멀(new normal)이 노멀(normal), , 일상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맞춰 변화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목적이 있다. 또한 입법과 예산안 심사를 통해 행정부를 지원하고 견인하기도 한다. 우리 국회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회의 주된 기능은 헌법과 법률 제·개정, 예산 및 결산 심사, 국정감사 등이다. 법률은 입법부라는 명칭에서 보듯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의 외형적 성장을 거둔 입법역량을 바탕으로 양(단순 실적)보다는 질(국가적 효과)을 고려할 시기이다. 정치의 본질상 이념대결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예산 및 결산 심사, 국정감사 등에서는 그래도 정책대결과 국익을 고려하는 성숙성을 보여야 한다. 헌법개정은 코로나 사태가 정리되는 등 여건이 마련된 후 그 개정의 의미, 필요성 여부, 방안 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남해 출신 공무원들은 어느 정도 있나? 혹시 모임도 있나?

직원 기준 평균 10명이 있으며, 작년에는 남해고등학교 출신 한 명이 입사하기도 했다. 반년에 한 번 정도 모임을 하면서 정다운 고향 얘기를 하곤 한다.”

고향마을은 어디인가? 남해에서 자란 추억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고향은 이동면 장전리 비자당이다. 난령초등학교까지 편도로 1시간 정도 걸어서 통학했는데, 다니는 길이 너무 예뻐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힘들기보다는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대학에 와 고시 공부할 때는 정신적 고통과 중압감으로 약 1달간 책을 전혀 보지 못했던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남해 바다에서 일몰을 보며 이를 극복하기도 했다.”

고향에는 부모님과 친인척들이 계신가? 고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부모님은 외지에 계신다. 작은아버지, 고모, 사촌, 조카 등 많은 친척이 남해에 계셔서 시제 때나 휴가를 위해 1년에 1~2차례 방문한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어서 그런지 남해에 들어서면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진다. 남해 내 고향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자 개인적으로 추억과 향수가 서린 곳이다.”

남해의 발전방향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달라.

지금은 사람과 거리를 두는(untact), 그러나 자연을 체험하는(contact) 시대다. 또 개인간에 거리를 두는, 그러나 가족간 친밀한 시대다. 자연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가족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남해가 이러한 시대의 최적 대안공간이다. 남해의 다양성과 공존성, , 섬과 육지, 산과 바다, 농촌과 어촌, 자연과 인공, 관광과 체험, 구경거리와 볼거리·먹거리 등을 잘 활용해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이러한 관광 외에 초중등교육도 강화해, 어린 시절 경치 좋은 데서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한 번은 살아보고 싶은 동네라는 이미지도 구축했으면 한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

 저는 2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외지에 돈 벌러 가신 관계로 할머님 슬하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밤에는 뜨겁다가도 새벽이면 얼음장이 되는 온돌 특성상 손자가 추울까 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궁이에 군불을 때시고 아침 6시에 솥가마에 따뜻한 밥을 지어 주셨다.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해 공부 하나만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평생 헌신하신 할머니로부터 큰 울림과 가르침을 배워 공부하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지금은 아내 최성숙(서울 영원초 교사)과 장남 장민준(서울 양정중3), 차남 장원준(서울 양정중1)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장지원 이사관을 만나고 나서 남해군은 인재의 보물섬이라 할 만큼 훌륭하고 곧은 이들이 많다는 것에 마음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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