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 고기잡이에 여념없는 사람들.
죽방렴 전망대로 가는 길에 만난 잡아올린 멸치구경.
평화로운 지족바다 풍경.
'죽방렴 관람대'가 완성되어 이제는 배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죽방렴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죽방렴 관람대'가 완성되어 이제는 배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죽방렴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강 기자의  ‘지족죽방렴’  체험기

2020년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진행되는 지족해협죽방렴 체험을 직접 해봤다. 시들거나 상하지 않고 생기가 있다는 ‘생생하다’는 말에는 힘이나 기운 따위가 왕성하고, 빛깔 따위가 맑고 산뜻하다는 뜻 또한 함께다. 펄떡이는 생명의 기운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500년 원시어업속으로-지족해협 죽방렴’ 체험에 참가했다.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 24, 지족어촌체험마을의 죽방렴 체험이 가장 큰 줄기인 이 생생문화제 체험은 문화재청에서 후원해주는 것으로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죽방렴체험 외에도 천연기념물 150호인 물건리방조어부림, 국가명승 15호인 가천 다랭이논 등을 주요 관광코스로 함께 엮은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벌써 9년 차에 접어든 인기 만점 사업이다. 사정상 전 과정을 함께하지는 못하고 정작 이곳 남해에 살면서도 늘 먼발치에서 보기만 한 죽방렴체험을 해봤다. 
지난 22일, 전국에서 신청해 온 체험객과 함께한 지족죽방렴은 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체험이었다. 죽방렴체험 이전에 이미 다랭이마을 투어를 하고 온 체험객들은 홍성윤 사무장의 안내대로 방문객 일지 작성, 손 소독제를 바르고 먼저 홍보관 안에서 ‘죽방렴’과 ‘바다이야기’를 강병철 총괄 운영자이자 바다 해설사에게 듣고서 본인 발에 맞는 장화로 갈아 신고 죽방렴 관람대까지 간격을 유지하며 걸어갔다. 

바다속에서 만나는 생명의 향연
죽방렴 어업이란, 물이 흘러오는 방향으로 V자형 대나무 발의 넓은 쪽이 펼쳐지고 좁은 통로를 따라 둥근 임통(불통) 속으로 물고기들이 몰리면, 썰물 때 그곳에 남아 있는 물고기를 퍼 올리는 원시적인 어업법이다. 간만의 차는 크고 물살이 세다.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 지족해협에 23군데나 죽방렴이 있다고 하니 그 또한 놀라웠다. 그러나 우리를 더 놀라게 한 건 이러한 지식보다 장화를 신고 바다 속 죽방렴 안으로 들어가 만난 생생한 바다와 생명의 감촉이었다. 
날쌘 속력으로 파닥거리는 죽방멸치, 빛이 난다. 뜰채로 휘이 젓기만 해도 온몸을 요동치는 은빛 멸치가 재차 올라온다. 특히 문어가 많아서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복어에 성대라는 제주도 물고기까지, 거기에 ‘풀치’라 부르는 ‘갈치’에 특별히 공수해 넣어둔 ‘감성돔’은 낚시를 경험해보지 못한 체험객에게마저도 펄떡이는 즐거움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여기저기 내지르는 환호성 속에는 동심만이 가득하다. 

남해군에 터 잡고 산 지 10년이나 지나는 동안 이 좋은 생동감 넘치는 체험 한번 못 한 채 살았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 좋은 걸 지척에 두고 매 순간 무엇으로 분주했던 것일까. 어디서 무얼 찾으려 했던 걸까. 서울에서 왔다는 한 처자가 내게 말을 건다. “남해 사는 사람들은 진짜 좋겠어요. 물 때만 맞으면 얼마든지 올 수 있잖아요. 첫차 타고 왔는데 또 오고 싶어요.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생명의 움직임이 너무나 보드라워요”

그대 혹시 알고 있는지.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은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138-1호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는 우리는 보물섬 남해군에 산다는 사실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부디 귀한 사람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으라. 
(※생생문화재 체험문의 m.010-3070-5513, 지족어촌계 ☎055-867-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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