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박 성 률

나의 고향은 남촌 어촌이다
병풍 휘감은 망운산 자락의 웅장한 뒤태
겁먹은 누렁이가 슥 쳐다보고 나를 따른다

먼 길 끝 장터에서 귀한 물건 구하고
대목이면 연중행사로 열리는 공동 목욕탕
땟 국물 철렁거리는 욕탕의 누런 웃음소리

나는 갓 스물이 되어 도시 속의 타인이 된다

도시― 욕망의 용광로가 발톱을 번쩍거려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고, 뭐든 버릴 수 도...
배설물이 세상 밖에서 바로 사라지는
편리한 도시에서 산다, 나는

시나브로 세월 흘러 이마 주름 속으로 떠오르는 그 곳
달롱개 넣고 끓인 큼큼한 된장 뚝배기
하룻밤 닭서리로 오는 새벽 까먹던 친구들 그립지만
이 도시 어디에도 추억의 흔적 찾을 수 없어

도시,
‘편리’ 끝에 내몰리는 허무의 광기
머릿속 울렁거리면 감기약처럼 찾는 고향

어머니의 손맛이 빚은 참맛, 온전히 찾을 수 없지만
골목 어귀가 맞이하는 추억 속의 온정
지치고 그리우면 늘 다가오는 내 고향 남해!

나는, 나는 고향 남해가 좋다. 

(*) 박성률 시인은 서면 대정마을 출신으로 남해제일고를 졸업하고 현재 인제대학교 산학협력 교수로 재직 중이며 월간 시사문단의 시인으로 활동 중이다. ‘나는 남해가 좋다’라는 시는 박성률 시인의  등단 당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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