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에 의미를 두는 삶이라면 생(生)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생애를 이끌 이 순간의 의미로서 유추해보면 일체 생명은 오롯이 나와 하나로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인(萬人), 만물(萬物), 만상(萬象)의 질서가 나에게로 귀결되는 엄숙하고도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수많은 현자(賢者)들이 이구동성으로 밝히고 있는 “지금 여기를 보며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감회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모든 생명과 온전히 하나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지금 나는 사소한 감정에 젖어 본래의 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이라는 초유의 시간대를 관통할 내면의 소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고가 아무리 드세게 일어도 그것을 이 순간에 나를 온전하게 해 줄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가?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며 사랑과 축복의 이미지로 하나가 될 기쁨을 맞을 준비는 하고 있는가? 이런 관계에서 진정으로 자기와 조우할 방편으로 명상을 응용할 수는 없는가? 

이렇듯 순간마다 우리가 마주하는 크고 작은 현상은 모두 대우주 생명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속성이라 할 지금 이 순간이 지닌 의미를 긍정적으로 설정하면서 얼마나 자신감 있게 몰입하는 가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절정의 감각으로 몰입할 수만 있다면 그 행위 자체는 신비와 경이로움을 동반하여 많은 사람에게 감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머무르는 곳에서 분리하지 않고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 순간의 미학이기에 아무리 사소한 듯한 일이라도 몰입의 경지에 이르면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래 소개하는 두 할머니의 대화는 여기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할 방편에서 정말 솔깃한 만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다반사라 해도 이날은 기도 명상으로 순간에 몰입할 감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필자의 곁을 무심코 지나가는 할머니였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필자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야!”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감사합니다 라고 해봐, 그러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야” “암 그렇고말고” 할머니는 대화의 와중에서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냐며 반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이 말이 감동으로 필자의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것은 지금 걷고 있는 이 걸음의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순간에 집중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행위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 생각과 움직임을 하나로 통하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생애 처음인 이 순간의 의미에서 아로새겨본다면 이 걸음의 의미가 매우 경이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언제나 이 순간에 오롯이 몰입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때로는 몸 안에 저장된 묵은 감정이 일기도 하고, 분노가 앞을 가려 순간을 상기할 여력마저 상실할 때도 있습니다. 모든 행위가 오직 이 순간에 정점을 이루어야 존재감이 살아난다는 이치를 터득했다 하더라도 순간마다 일어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이 순간을 놓치고 만다면 그 자신의 존재는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결국 지금 여기에 이르러 대상과 완벽히 하나가 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에고(자아)가 죽음으로서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몸과 마음이 거처하는 지금 이곳의 경이로움을 외면한 채 혹시 자신의 밖에서 답을 구하려 애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요? 만약 그렇다면 얼른 지금 여기로 돌아와 다시 마음을 추스르면서 여기에 절정의 감각으로 몰입해보는 것도 나의 실체를 살릴 아름다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경계 없이 마음을 하나로 연다는 것입니다, 어느 부류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진실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