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시간이 남아 한 사무실에 들렀더니 TV에서 마침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 마당에 한자 전문가가 강의를 한다. 영어도 그렇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영어 실력의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더할 걸 하고 후회가 되곤 한다. 한자는 동년배들은 다 비슷한 경험이 이 있지만 중학교 1학년 1학기 1주에 한 시간만 배우다 그만 두었다. 요행스럽게도 필자 집에서는 당시 동아일보를 구독하여 한자 읽는 것은 자연스레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한번은 동네 1년 후배 집에 가니 그의 어머니가 신문에서 획수가 많은 터럭 발(髮) 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무슨 자냐고 물었다. 주저 없이 “머리털 발”자라고 한 지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당시 필자가 한자 실력이 있었다기 보다 한자가 많았던 신문을 읽었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한자 읽는 것은 동년배에 비해서 제법이라 여기지만 쓰기는 도통 어려운 게 아니다. 잘못된 교육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노력 부족이 정확한 답일 게다. 

오늘 방송에 출연자는 포정(庖丁)과 해우(解牛)를 칠판에 적었다. 그 분의 해석은 버스 시간에 쫓겨 듣지 못했지만 포정은 잠시 언급할 가치가 있다. 포정해우(庖丁解牛)-장자(莊子) 양생주 편의 포정이 소를 잡는다는 말이다. 

‘포정’은 고대에 요리를 잘하던 사람의 이름 이고, ‘해우’는 소를 잡아 살코기와 뼈를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포정해우’라고 하면 기술이 매우 뛰어난 것을 가리킨다. 일본어에서 호쵸(包丁·庖丁)라 하여 문어체에서는 요리 또는 요리사라는 의미이고 일반적으로 부엌칼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가끔 느끼는 사실 중의 하나가 한자의 쓰임이 전혀 달라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간다. 우리말로 부엌칼이란 단어가 낯선 한자어로 표기 되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고 그 어원이 궁금했지만 비로소 오늘 해결이 되었다. 

달리 말해 장정이란 의미의 정(丁)이 왜 부엌칼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지는 그 궁금 점이 해결 됐다는 뜻이다. 중국 고어에 그 어원이 있었다. 달리 말해 중국에서 소를 잡는 사람 의미에서 출발하여 요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전이되어 다시 일본에서 부엌칼로 바뀐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자 혼용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필자도 직업적으로 가끔 대하는 일본어 번역에서 일본어의 무수한 표기능력, 즉 한자를 이용한 표현에 적당한 우리말을 못 찾아 헤맬 때가 있다. 여러 의미가 함축된 한자어로 된 표기를 우리말로 옮기려면 읽는 사람이 일본어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야 하지만 그런 점에서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는 장황한 설명문을 곁들이는 것으로 해결하지만 당혹했다. 

지나간 학창 시절에 좀 더 공부하지 않아 느끼는 실생활에서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부모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못한 후회를 50년이 지나서 해도 아무런 소용없다. 먼지 쌓인 자전이라도 꺼내 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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