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을 포함한 지역사회가 고령화ㆍ저출산, 지역산업 침체 등으로 지역 쇠퇴와 인구 감소라는 원하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자체의 세수입 감소와 지역 상권의 침체를 비롯해 지역사회 전반의 생활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고 볼 때 인구감소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해결책은 인구감소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지역민들이 분명하게 구분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현재 인구 수준에서 각자의 <소득>이 늘어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현재보다 <인구의 수>가 더 늘어나기를 바라는지 우선 대답해야 한다.   

물론 인구의 수가 늘어나면 이전보다 남해군 전체 경제와 생활도 활기를 띨 것이다. 이와 달리 소득 향상 문제는 굳이 인구의 수가 늘어나지 않아도 더 많은 관광객 유치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돈의 형태로 가져올 수 있는 소득 향상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반드시 인구 증대라는 어려운 방법을 통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만일 지역의 소득보다 인구 늘리기가 주된 목표라면 주민 소득을 늘리는 일보다 ‘인구 늘리기’는 보다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큰 과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지역사회에 ‘일자리’가 없어서이다. 

여기서 ‘일자리’는 생계를 간당간당하게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직장에 그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정도라면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남아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는 기존의 개발주의적 산업구조가 야기하는 자연생태 파괴 문제도 함께 고려해 새로운 형태의 생태-산업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아야 한다. 
지역으로 인구를 모을 수 있는 ‘일자리’의 수준이 되려면 부부 세대가 안정적이며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급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아이들의 교육비를 벌 수 있고 어느 정도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안정적이고 만족할 만한 여건이 제공되어야 한다. 의료와 보건ㆍ안전 보장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이웃과의 우애도 나쁘지 않아야 하고, 시민으로서 정치ㆍ사회 활동이 원활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자치활동도 할 여건이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여기 참 살만 하구나’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참으로 꿈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정말로 ‘인구증대’를 절체절명의 최대 정책과제로 삼는다면 이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들어와 직장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아름다운 꿈을 꾸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인구증대의 이 모든 터전이 될 ‘일자리’가 없으니 문제다. 일자리의 품질 이전에 일자리 개수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일자리의 개수를 늘려야 한다. 그것도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싶은 수준의 양질의 일자리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지역에 살러 오지 않는다.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인구 늘리기 정책은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역의 인구는 왜 자꾸만 줄어드는 것일까?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만족할 만한 생활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서울로, 경기도로 갔다. 그들은 왜 서울이나 경기도로 모여 드는가? 서울이나 경기도에 더 좋은 일자리와 생활여건, 삶의 가능성과 문화적 매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청 장관을 지냈던 마쓰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이 국내에 알려진 때는 2014년이다. 당시 마쓰다 히로야는 일본의 수도 도쿄로의 인구집중이 지방소멸을 촉진했다고 했다. 또 마쓰다는 책에서 도쿄로의 인구집중이 집값 상승과 구직난을 초래했는데 집과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해 출산율이 하락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과 함께 지방의 소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을 초래한다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수도권 집중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경북대 김형기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전 주한미대사관을 지낸 그레고리 핸더슨의 말을 인용해 “중앙집권이 수도권 집중을 초래한다”고 제시했다. 그레고리 핸더슨은 고도의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에서 작동하는 권력 정치가 소용돌이가 되어 서울로 인구를 빨아들이고 그 결과 수도권 집중이 초래되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에 따르면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지방분권을 해야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 즉 ‘중앙집권이 저출산을 초래’하므로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전환해야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과 출산율 향상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인구의 수도권 집중 조건을 방치하면 지방소멸과 전반적인 인구감소는 필연적인 추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이를 통한 지역의 균형발전, 지역 인구의 증가 등의 과제 해결은 그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세수 증대와 지역상권의 활성화의 핵심 동력이 될 지역의 인구 증가는 중앙집중적인 정치권력과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지 않으면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 지역이 살기 위해서, 또 크게는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서 ‘지방분권 개헌’의 촛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서울, 경기는 인구와 산업과 권력이 ‘미어터져’ 사람들이 죽겠다고 난리고 그 밖의 여타 지방은 인구와 산업, 권력이 ‘없어서’ 죽겠다고 난리다. 이래저래 죽겠다는 이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자명하다. 

지역의 인구 좀 늘리자고 너무 큰 국가적인 문제까지 건드려야 하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원래 인구 문제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가적인 것이다. 이것이 헌법 차원에서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한 또다른 이유이다. 
이제 ‘중앙이냐, 지방이냐’가 아니라 ‘함께 사느냐, 함께 죽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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