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서 아이들 등원시키고 상주로 출근하는 힙한 두 아빠
물건에서 아이들 등원시키고 상주로 출근하는 힙한 두 아빠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0.06.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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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 정리하고 물건마을에서 살며
직장 ‘상주장’으로 출근하는 황현철ㆍ하석준
황현철
하석준
하석준

1983년생 두 동갑내기 청년들이자 힙한 아빠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서울에서 웹디자인을 비롯해 브랜딩 디자인, 관련 학원까지 운영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았던 황현철 씨가 3년 전 서울의 사업을 죄다 접고 이곳 남해로 오기까지. 그러한 친구의 초대로 여행을 오다가 1년 전 마당 있는 집에서 실컷 뛰어노는 아이를 보며 귀촌에 용기 낸 하석준 씨. 이 두 아빠의 결심에서 시작된 5인 가족, 4인 가족의 귀촌. 이들의 남해살이가 궁금하다.

황현철 : 남해로 여행을 온 건 6~7년 전이었죠. 그때 참 좋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 살 생각까지는 못했죠. 아이가 셋이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었죠. 광양의 아파트를 빌려 고흥, 남해, 순천, 광양 등 그 일대를 샅샅이 다녀봤죠. 
자연은 고흥 나로도가 훨씬 깨끗한데 결정적으로 학교가 없었죠. 여수는 공장이 많은 번화가라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느낌이 덜했고 순천과 광양은 비슷했죠. 대기업 브랜딩 디자인을 오래 해왔는데 지역에서 할 일을 찾다가 펜션 홈페이지를 정리하고 브랜딩을 하는 작업을 했어요. 
자연스레 ‘숙박업’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숙박업’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여행지로서의 남해가 가진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본질에 충실한 호스텔과 커피라운지를 꿈꾸게 되었죠.

하석준 :  서울에서의 제 직장은 3D프린팅 관련된 그야말로 기계 분야라 이런 시골에선 제 직업군 자체를 찾을 수 없죠. 아예 백지에서 시작하는 귀촌이었죠. 저는 아이가 둘인데 아이들 때문에 선택했어요. 서울 살 때 건대 입구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맨날 집에 있고, 층간소음 때문에 매트는 필수였죠.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은 “뛰지 말라”로 매번 ‘금지어’만 외치는 저를 봤죠. 딱히 아이가 어딜 갈 수도 없었던 게 서울에서 외부활동을 하거나 키즈카페를 다녀오면 늘 감기에 걸렸어요. 그런데 남해는요, 주저주저하던 애들이 한번, 두 번 마당과 물건놀이터를 만나니 자유를 만난 토끼처럼 마냥 깡총깡총 너무 잘 노는 거죠. 그래, 까짓거 젊을 때 가자. 뭔가 길이 있겠지.

황현철 :  남해만의 커브길, 거주민들에게는 불편할지 모를 그 도로를 타는 낭만과 감성이 여행객의 눈에는 보여요. 굽어진 커브길은 천천히 둘러보게 하고, 자연경관을 좀 더 볼 수 있게 하죠. 개인적으론 남해까지 오는 입구까지는 넓게 만들고 군내에서는 천천히 머물 수 있도록 도시계획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근 1년을 둘이 공사를 하면서 커피 공간과 호스텔을 만들면서도 최대한 건물이 지닌 고유한 부분은 지키고, 재생하는 방향으로 해왔어요. 그게 남해가 지닌 세월의 멋이고 동네에 스며드는 길이라 생각했거든요. 
쉬는 날 노도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생가는 다 헐고 번쩍이는 새 건물로 지은 걸 보고 좀 놀랐죠. 문학의 섬이라는데 산책길에 앉아서 책 볼 수 있는 공간이나 ‘책보관함’ 조차 없고 ‘라디오’라던가 감성적인 콘텐츠도 없는 또 하나의 토목공사현장 같았죠. ‘관리못할 바에야 없애버리고 짓자’는 식의 접근을 보는 듯해 안타까웠어요.

하석준 : 이해는 가죠. 토목이야말로 돈 쓰기 쉽고 성과 보여주기도 좋거든요. 콘텐츠는 어렵잖아요. 또 실제 어디 어디 위원회니 주민간담회니 하는 자리에 가도 ‘뭘 세우자, 뭘 짓자’는 분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니 행정에서도 그렇게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있죠. 어딜 가나 포장만 레트로인 곳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하석준  :  지금 이 정도만 돼도 여유가 어마어마한 거죠! 아이들과 저녁에 같이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좋아요. 가장 좋은 건, 아이가 안 아픈 거요! 아이가 행복하니까 저도 행복하죠. 처음 남해귀촌을 생각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게 ‘병원의 부재’였는데 첫 1년은 삼천포 병원의 도움을 받았고 1년 지나니 완벽 적응이 됐는지 병원 갈 일이 없네요, 하하. 일단 아이들이 억눌림 없이 자유로워져서인지 밝아요, 밝아진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나 좋습니다.

황현철 : 이 민박집 건물을 사서 ‘상주장 커피’와 ‘상주장 호스텔’로 운영해오곤 있는데 사실상 2019년 12월 31일 오픈하자마자 얼마 안 돼 코로나19가 터졌잖아요. 연일 환불해주고 이제 겨우 시작하는 기분인데 한껏 은행 대출을 받아 시작한 것이라 빚에 대한 부담감은 커요. 귀촌 준비하며 지원이나 혜택이 있나 봤는데 귀농, 귀어가 아닌 귀촌인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없없었어요. 다행히 빈집수리지원금 100만원은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전 이런 지원보다 물건마을에서 좋은 집주인 만난 게 가장 큰 복이죠.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 아세요? 그런 정말 ‘소통’이 되고 있구나를 알게 해준 고마운 분이세요.

하석준 : ‘국민청원제도’처럼 남해군에도 ‘이야기를 듣겠다’는 정책이 필요해 보여요. 남해군청에 올라오는 공지사항인 ‘ㅇㅇ아이디어를 주세요, 청년이 바란다’ 등 일회성의 이야기 공간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모든 이들이 투명하게 낸 의견과 그에 대한 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개개인에 그치지 않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더디더라도 정책에 반영이 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군청 홈페이지 내에 만들어두면 어떨까 싶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산콜센터’ 같은 거죠. 어떤 의견을 내면 바로 피드백이 오는. 다 같이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거죠. 동네에 아이가 없으니 놀이터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좋게끔 환경을 만들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더 찾아올 수 있듯, 보여주는 식으로 문제점에 ‘페인트칠’로 덧칠할 게 아니라 지속적인 참여로 마을 놀이터 환경 자체를 바꿔 가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해 보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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