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전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평범한 미군참전용사의 장례식이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 그로브묘지에서 있었다. 이날 참석한 수천명이 넘는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생전에 고인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생판 남인 사람들이다.
2019년 90세로 숨진 헤즈키아 퍼킨스씨는 1950년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퍼킨스씨는 20년전 스프링 그로브묘지에 본인의 장례비를 미리 지불해 놨지만 다른 주에 살던 퍼킨스씨 유가족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장례식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참전용사가 나 홀로 장례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장례식 하루 전 장례식장 측에서 급히 시민들에게 상주가 되어 달라고 요청을 하는 SNS글을 보고 수천명의 시민들이 장례식장으로 찾아 온 것이다. 인근 바이크들이 집결해서 운구행렬을 호위하는 한편 켄터키주의 육군부대 표토녹스에서는 군인을 보내 성조기를 전달하는 국기의식을 거행하게 했다. 고인과 관계없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참전용사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추모한 것이다. 직업도 인종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미국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봉사한 참전용사의 마지막을 추모하러 달려온 시민들은 “모든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존엄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복무한 분이기에 그를 기리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중 미군 179만명이 참전했고 전사자가 5만명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유해가 5천여명이 된다고 한다. 세계는 미군이 세계최강이라고 말한다. 무기와 전략자원을 비교하고 전투능력에 대한 객관화된 수치를 통해 평가한 것이지만 미군을 세계최강으로 만드는데는 ‘또 다른 힘’이 존재한다. 그것은 미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며 국가와 국민을 향한 그들의 믿음이기도 하다. 그 힘은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일지도 모른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장병의 귀환을 끝까지 책임지는 미국의 정신이 아닐까.   
우리가 매일 밟고 당연한 듯 살아가는 이 달콤한 자유와 평화로운 삶은 이 땅위에 앞서간 순국선열등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이 자명함에도 매년 돌아오는 현충일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땅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던 그래서 6월의 신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건 수많은 분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일 것이다. 6월 6일 10시 1분동안 울리는 추모의 사이렌 이 시간만큼은 순국선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묵념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유연숙의 시 ‘넋은 별이 되고’ 구절을 통해 현충일을 추모하고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이제 보이십니까
피맺힌 절규로 지켜낸 조국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어둠을 사르는 촛불같이
목숨 녹여 이룩한 이 나라
당신의 넋은 언제나
망망대해에서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로 우뚝 서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잊혀지는 일 많다 하지만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은
우리들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위에는 시에서 일부를 포함한 것이고 다음에서 별도로 유연숙의 시 “넋은 별이 되고”에서 현충일을 추모하고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넋은 별이 되고 

                    詩. 유연숙

 

모른 척 돌아서 가면
가시밭길 걷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당신은 어찌하여 
푸른 목숨 잘라내는
그 길을 택하셨습니까 

시린 새벽 공기 가르며 
무사귀환을 빌었던
주름 깊은 어머니의 아들이었는데 
바람 소리에도 행여 님일까 
문지방 황급히 넘던
눈물 많은 아내의 남편이었는데 

기억하지 못 할 얼굴 
어린 자식 가슴에 새기고
홀연히 떠나버린 아들의 아버지였는데 

무슨 일로 당신은 소식이 없으십니까 

작은 몸짓에도
흔들리는 조국의 운명 앞에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지피려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이 땅엔 
당신의 아들딸들이 
주인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오
주저 없이 조국에 태워버린
당신의 영혼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
파도처럼 높았던 함성 
가만히 눈 감아도 보이고 
귀 막아도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수많은 푸르른 넋 
잠들지 못한 당신의 정신은 남아 
자손들의 가슴 속에 숨을 쉬고
차가운 혈관을 두드려 깨웁니다 

이제 보이십니까
피맺힌 절규로 지켜낸 조국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어둠을 사르는 촛불같이 
목숨 녹여 이룩한 이 나라
당신의 넋은 언제나 
망망대해에서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로 우뚝 서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잊혀지는 일 많다 하지만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은
우리들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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