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와 사랑에 빠졌다 이 모든 게 가능해졌다
수제 맥주와 사랑에 빠졌다 이 모든 게 가능해졌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0.05.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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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밸리’ 라는 이름으로 홀로 ‘홉’ 키우며 창고에서 맥주 연구하는 정용수 브루어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하라”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 말과 꽤 잘 어울리는 사람, 수제맥주를 만드는 정용수 브루어다. 그의 찢어진 청바지가 못마땅했던 그의 모친은 틈을 타 찢긴 부분마다 죄다 누벼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강제 박음질을 당한 청바지마저도 멋스럽게 잘 어울리는 청춘, 상주면 임촌마을의 정용수 청년. 나이를 묻는 질문에는 “왜 과거에 집착할까요?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면 되는 데, 왜 다들 예전엔 무얼 했으며, 저 나이 먹도록 무얼 이뤄냈느냐에 집착하는 지 모르겠다”며 환한 미소로 답이 돌아온다. 

실내 인테리어를 오랫동안 해 온 그 심미적 감각만큼은 몸에 배인 사람, 크래프트 비어, 즉 수제맥주로 소통하고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싶다는 그는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본질에 충실한 삶이랄까. 맥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식물인 ‘홉(hop)’을 남해군 최초로 재배하고 나선데다 최근엔 맥주 심사관 자격증까지 거머쥐었다. 

일만 하다 죽을 순 없잖아? 좋아하는 것도 좀 합시다

그의 ‘홉’ 재배 현장을 찾았다가 주렁주렁 피어난 잎사귀 사이에서 홉꽃을 만났다. 줄기식물인 홉은 우리네 여름 같은 청춘과 닮았다. 한번 식재해 놓으면 25년간 해마다 뿌리에서 싹이 오르고 성장도 빨라 6월에서 7월 초면 다 자란다. 2019년에 심은 홉의 1년차 성분분석 성적표를 받았을 때도 미국과 유럽의 홉과 거의 비슷한 성분이라는 성과를 얻어 수치상으로는 맥주재료로 사용함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놀라움은 비단 ‘홉’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재생공간에 있다. 홉 재배지 바로 앞에 놓여진 1990년대부터 아버지께서 농산물 창고로 쓰던 그곳을 ‘F2019’라는 이름을 붙여두고 본인의 ‘맥주 레시피 연구공간’이자 ‘원데이 클래스’ 등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개조한 ‘소통 창고’가 그것. 팩토리(공장)를 의미하는 F를 붙인 이곳은 현재 인·허가 등 몇몇 내부 절차를 앞두고 있다. 오랜 시간 멈춰진 공간에 먼지를 털어내고 숨을 불어 넣어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며 어울리는 곳이자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의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용수 브루어가 손수 창고 속 묵은 나무를 손질해 하나, 하나 만든 공간이어서 감동이 컸다. 그는 “도전해보지 않고는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고, 시작하지 않고 어렵다고만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칠 수 있다”며 “꿈을 꾸었고, 새로운 시작을 기대했고,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사우스 밸리(south valley). 남쪽의 계곡이라는 이름의 사업자등록을 내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그가 꾸는 가장 가까운 꿈은 ‘양조장’을 만드는 것이다. 결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찬찬히 다음 걸음을 내딛는 그에게 ‘대체 수제맥주가 무엇이더냐’고 물었더니 “사실 사람들이 표현보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많지 않나. 끌림, 끌림이죠. 강한 끌림이 본질이었고 거기에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이성적인 판단을 더했을 때 답의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캬, 이 사람. 청바지가 참 잘 어울린다.
맥주 강의(3명 이상 시) 문의 메일 : south - valley@naver.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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