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흔히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당시의 한국 서정이 모두 담긴 듯 ‘오빠생각’ 은 중장년들의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게 한다. 가을 노래라면 ‘가을에는 편지를 하겠다’로 시작하는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가을편지’일게다. 물론 김민기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떠오르기도 한다. 좀 다르지만 최백호의 ‘도라지 위스키 한잔’도 배호의 ‘마지막 잎새’란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나친 현실의 반영인지 모르나 흔히 사용하는 일본어 투 용어인 밧데리(배터리)가 방송에서 ‘사랑의 밧데리’로 버젓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중장년에게는 한국적인 가을 정취로 가슴에 스며드는 노래는 ‘오빠생각’이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의 멀리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요즘의 그리움과는 전혀 다르고 더욱 감상적이다.

최근 아무데나 붙이는 오빠와도 전혀 다른 친근감은 좀 더 ‘토속적’이다.
‘유리구두’도 아닌 ‘비단구두 사 가지고’와 ‘승용차 타고 가’ 아닌 ‘말 타고 서울 가신’에다 보지도 듣기도 힘든 ‘뜸북뜸북’은 당시, 우리의 설움과 정서 대변한다. 이 노래에서 오빠는 한국적인 그리움과 비애의 표상일 것이다. 과거 유명가수들의 음반을 사보면 건전가요라는 이름으로 마지막에 이 동요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중년들이 정서를 달래기도 좋았다. 이런 사실은 그 어느 노래보다 이 노래가 감성적으로 사람들에게 먹힌다는 말과 통한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시대인 1925년 발표되었다. 한때 항간에는 월북 작가의 동요라 금지곡이라 한 적도 있었다. 이는 영화감독 봉준호 씨의 외조부이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월북 작가 박태원 (朴泰遠,1910~1986)씨와 착각을 한 탓이려니. 이 노래의 작곡가는 박태준(1900∼1986) 씨로 후배인 현제명(1903~1960) 씨와 함께 근대 음악의 개척자로 불린다. 가사 중 당시의 오빠가 왜 서울로 갔을까? 일제의 강압에 논밭을 빼앗긴 오빠가 어린 여동생을 두고 돈을 벌러 갔을까, 아니면 유학을 갔을까, 독립 운동하러 만주로 갔을까? 라는 의문이 있다. 이런 점을 알기 위해서는 작사자인 아동문학가 최순애(1914~1998) 씨의 생애를 보는 것이 빠르다. 이 분은 동요 ‘고향의 봄’으로 널리 알려진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의 부인이다. 
근거 있는 기록에 의하면 가사는 1925년 늦가을, 당시 방정환 선생이 발행하던 <어린이>에 투고한 한편의 동시였다. 생전 최 선생이 밝힌 언론 인터뷰에는 ‘딸만 다섯에 하나뿐인 오빠’는 귀한 존재였다. 일본 유학을 떠나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요시찰로 일경이 따라 다녔다. 고향인 수원을 떠나 서울에서 소년 활동을 하다가 방정환 선생 밑에서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다. 오빠가 집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오지 않았는데 올 때마다 선물을 사 왔다. 한번은 “다음에 올 때는 고운 댕기 사줄게” 하고 서울로 떠났지만 그 후 소식조차 없었다. 그런 오빠를 과수원 밭둑에서 서울 하늘을 보면서 울다가 돌아왔다. 그래서 쓴 시가 오빠 생각이다. (신동아 2014.12월호 372쪽 등 요약 및 참조)라는 요지로 말했다. 

요즘은 잘 사용도 않는 ‘댕기’도 그 시대를 상징할 수 있다. 거기다 고운 댕기라면 더욱 그렇다. 그 오빠가 해방 직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더욱 애절했을 것이다. 이후 이 시에 반한 함안의 이원수 선생의 편지 공세에 결혼에 이르렀다 한다. 이 선생과 편지 공세에 첫 만남을 하려던 1935년 독서회 사건으로 고등계에 체포되어 1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 상황으로 ‘오빠생각’이 ‘임 생각’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살던 시인 미당 선생이 같은 동네 최 선생을 평소 ‘뜸부기 할머니’라 불렀다고 한다.   
박태준 선생은 유장하고 비장감 있는 곡조를 붙여 ‘오빠생각’이 전국적으로 히트를 하고 난 후 음악공부를 결심하고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였고 연세대 교수와 종신 학술원 회원으로 지냈다.
많이 알려진 노래이지만 빠르고 알아듣기 힘든 노래가 대세인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꼰대’노래임에 틀림이 없다. 컴퓨터 자판기 소리에 익숙한 젊은 층은 무슨 ‘낡은 녹음기’ 소리냐 할 수도 있다. 

왁스의 번안곡 ‘오빠’의 빠르고 자극적인 전자악기 소리에 익숙하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예전의 정서를 고스란히 모은 느린 노래도 감성을 불러올 수 있어 그 어떤 노래보다도 누구나 오빠로 돌아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면 분명 성공작임에 틀림이 없다. 가끔 하굣길에 들리던 ‘뜸북뜸북’ 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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