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느끼면서 향수로 간직한다. 이러한 느낌은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농경시대 태어난 노인세대일수록 또한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객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고 강하다. 특히 남해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어서 특이한 도서문화를 지니고 있다. 단결력과 친화력이다. 전국의 수많은 향우모임에서도 남해인들의 모임만큼 극성에 가까운 모임은 없다고 한다. 흔히들 ‘지구가 멸망해도 해병대전우회, 호남향우회, 고대교우회는 살아남아 모인다.’라는 농담이 있다. 여기에 바퀴벌레가 더해져야하고 남해향우회도 후보일 것이다. 섬 문화의 특성이다. 국가차원에서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가치는 지구가족, 지구촌이라는 추세와는 역행되며 정보문화시대에도 낡은 가치관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현실은 특히 남해는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가 구분한 공동사회와 이익사회 가운데서 전근대적인 공동사회의 성격을 많이 지니고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이익사회와는 달리 공동사회는 집단정신이 강하여 자신의 소속지역과 집단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남해인들이 가진 기본특성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월 15일에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남해출신이 한번에 4사람이나 당선되어 본인들 이상으로 남해인들은 자랑스럽게 느꼈으며 여타 지역에 대하여 남해인들의 우수함을 과시하는 근거도 되었다. 이것은 보수나 진보와는 상관없이 남해출신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던 것이다. 특히 모든 여건상 영원히 회복하기 힘들 줄 알았던 남해출신 지역의원도 탄생되었고 전혀 연고가 없는 타 지역으로만 배정되면서도 거뜬히 당선되는 실력을 보여 주는가하면 여당으로 싹쓸이 된 서울지역구에서도 야당으로 당선된 남해인 그리고 평생을 시민단체에서 봉사하다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남해의 딸 등이 그러하다. 이것이 남해의 자랑이었고 기쁨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기쁨과 자랑 뒤에는 부끄러움도 생기고 있다. 그것은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인 윤미향이 오랫동안 이끌던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부당한 운영을 위안부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으로 밝히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각종 언론과 방송뉴스에 근거하면 문제가 많은 듯하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이슈가 등장하자 남해출신 여당의 중진 국회의원이 “오늘 침묵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수망난이의 칼춤이 우리 목덜미를 겨누게 될 것”이라고 하였고 막상 사건의 본인도 “저에 대한 공격은 보수언론과 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으로 친일세력의 부당한 공격”이라고 했다. 사건의 핵심은 후원금의 부당한 지출유무이므로 당당하다면 공개하면 된다. 그것을 피하려고 구차한 변명을 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시골유권자들도 매우 똑똑하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남해의 대표 정치인으로 미래의 대권후보로까지 남해가 기대하고 있는 분이 같은 당과 동향이라고 그런지는 모르나 사건을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사안의 성격이나 내용에도 안 맞는 언행이라고 본다. 조국문제에서도 그런 언행을 보여 주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남해의 자랑이 남해의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