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배구선수 고희진(고현면 오곡 출신) 향우가 지난달 20일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 신임감독으로 선임됐다. 2003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이적 없이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그는 오리지널 삼성맨인 동시에 남해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남해사람을 아내로 맞이한 뼛속까지 남해인이다. “남해 촌놈인 제가 삼성팀 감독을 맡게 되어 저도 놀랐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팀을 새롭게 변화시켜보겠다”고 다짐했다.

▲ 80년대 생 최초 프로팀 감독
올해 나이 40세. 1980년생인 고희진 감독은 국내 프로팀 감독 중 가장 젊다. 그보다 더 젊은 나이에 감독이 된 사람은 있지만 80년대생이 감독 지휘봉을 잡을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만큼 파격이며 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감독을 맡게 된 것이다. 
그는 “젊은 만큼 선수들과 소통이 잘 되는 것을 높이 산 것 같다. 또 오랫동안 삼성맨으로 활동한 것도 팀을 이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감독은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구단과 소통하며 조율하는 역할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기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2016년 은퇴 후 삼성화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 목표는 감독이었다. 그는 “감독을 하고 난 후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일찍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오랫동안 팀을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맡게 된 삼성화재 블루팡스 팀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시즌이 코로나 사태로 조기 종료됐지만 성적은 5위. 1995년 창단 이래 V리그 8회 우승, 겨울리그 77연승 등을 기록한 명문구단이지만 최근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고 감독의 목표는 ‘지난 시즌 보다 나은 성적’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한 단계씩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다 보면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 가족들의 응원 가장 큰 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배구. 30년 가까이 한 길만 걸어온 그가 드디어 꿈꾸던 팀의 감독을 맡았다. 그것도 국내 최고팀 중 하나인 삼성팀 감독을.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서글서글한 말투, 오랜 타지생활에도 변하지 않은 고향 사투리, 젊은이답지 않게 고향 향수 물씬 풍기는 그는 스스로 뼛속까지 남해 사람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고향 남해의 힘이 가장 컸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고현면 오곡리에 살았던 할아버지 댁의 택호는 ‘차돌네’였다. 단단하고 야무지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도 차돌처럼 단단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 이혼 후 큰아버지(고광훈)와 큰어머니(전영희)가 저를 돌봐 주셨다. 아버지 형제들 우애가 남달랐다. 그 울타리가 주는 든든함이 참 큰 거 같다. 사촌들과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데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나름 성장하는 걸 보면서 ‘나도 뭔가를 이뤄야겠구나’ 하는 자극도 받았다. 항상 고맙다.”
고향을 이야기 할 때 아내도 빠질 수 없다. 그의 아내는 삼동면 동천 출신 동갑내기 친구 강수연씨다. 고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서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나오다가 결혼을 결심했다. 고향사람이니까 편하고 내조도 잘 해준다. 정서도 통하고 눈빛만 봐도 뭘 이야기하는지 다 아니까. 그리고 내동천에 살고 계시는 이정엽 장모님 이야기도 꼭 실어달라”며 아내와 장모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남해가 낳은 배구선수에서 이제는 남해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 중인 고희진 감독. 새로운 도전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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