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왕래가 있나, 전화는 오는지 제일 먼저 묻죠”
“가족 왕래가 있나, 전화는 오는지 제일 먼저 묻죠”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0.05.1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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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유일의 ‘의료급여관리사’… 수급자인 사람과 의료 사이의 통역사 역할 맡아온 윤혜심 씨의 방문 사례 관리 16년

“제가 폐가 안 좋아서 하루라도 약을 안 먹으면 호흡을 못합니다. 그런데 4개월 되던 무렵인가 경상대학병원에서 더는 약을 처방 못 해주겠다고 돌아가라는 겁니다. 하도 답답해서 방문해 약봉투 살펴봐 주던 주민복지과 공무원이 생각나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다행히 그 덕분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줘 제가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물어 확인해보니 그 공무원이 병원에도 전화하고, 공단에도 전화하고 사방팔방 연락을 취해 ‘이 환자는 이 약이 없으면 안 되는 환자다, 혹여라도 추후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제가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된 거더라고요. 공무원이라하면 몸 사리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런 일 겪어보니 아닌 것 같습디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해결하려고 애써줘 제가 살았습니다”
폐섬유증을 앓고 있는 한 어르신의 제보다. 요지는 주민복지과의 한 공무원을 칭찬한다는 것. 주민복지과를 찾아가 만난 그 공무원은 윤혜심 의료급여관리사였다. 통상적으로 익숙한 행정직이나 복지직 공무원이 아닌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병원현장에서 12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후 ‘의료급여관리사’라는 자격으로 시험과 면접을 거쳐 경쟁을 뚫고 합격한 전문직으로 행정업무를 맡아온 지 16년이 된 베테랑이었다. ‘의료급여관리’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사업 중 하나로 기초수급자에 해당하는 ‘의료급여수급자’의 이용증감률을 관리하고 사례관리 대상자의 의료실적을 분석, 수급자의 진료비 증가율을 낮춰 궁극적으로는 재정절감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을 맡고 있다.
윤혜심 의료급여관리사는 “저를 친절공무원으로 꼽았다고요? 불친절 아니고요?” 하며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이어 그녀는 “제 업무가 의료일수를 파악해 조절하고, 약물 오ㆍ남용의 부작용을 알리면서 의료비 지출을 줄여 가는 데 있다 보니 외려 미움을 살까까 걱정인데, 이런 일로 취재를 당하게 되니 놀랍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어르신에겐 어려운 의료용어
지자체마다 의료급여관리사를 두고 관리사 한명당 의료급여를 받는 기초수급자 3500명에 해당한다. 남해군의 경우는 2000여명의 기초수급자가 있고 의료급여관리사는 윤 씨가 유일하다. 
‘의료급여관리’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관리 능력을 높이고, 의료급여의 재정안정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의료급여 수급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장기 입원이나 중복 투약, 의료쇼핑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의료비 낭비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줄여나가고자 시행하는 ‘맞춤형 사례관리’인 셈이다.
윤혜심 관리사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몰라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드리고자 한다”며 “방문하면 먼저 약봉투를 모두 확인한다. 위장제는 각 병원에서 중복처방하는 대표적인 약이다. 이는 ‘행위별수가제’에 적용을 받기 때문에 생기는 역효과인데 의사들이 먼저 변화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어르신들께는 병원 갈 때 기존먹는 약을 설명하거나, 약봉투를 보여주길 권한다. 또 ‘어머니는 병원에서 천원 내고 오지만 그때마다 나랏돈은 2만 5천원이 나간다’고 설명해드리면 깜짝 놀라시며 ‘내는 몰랐네, 은자 안 가네’하는 어르신도 계신다. 꼭 가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물리치료 등으로 1년에 200일 의료일수를 다 채워도 차도가 없다면 병원에 크게 의존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설명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자들에게는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인 걷기를 햇빛 보며 오르락 내리락 걸을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 몇 가지 기저질환은 기본으로
사례관리를 위해 방문상담을 하면 해 줄 이야기가 줄줄이 떠오른다는 윤혜심 관리사는 “할머니를 살펴보면 제가 할 일이 딱 보이죠. 도시락 지원이 필요한 분이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 연결시켜드리고 만성질환자라고 하면 방문보건팀으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의심되면 정신건강센터로,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로 연계해 주는 등 자원연계도 제 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군내 어르신들은 고혈압이 가장 적고, 대부분 3-4가지 기저질환은 갖고 있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어깨나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 당뇨가 많고 여성의 경우 폐경기질환, 근골격계, 뇌혈관 쪽 질환이 많다”며 “65세 이전은 가족력이나 유전의 문제로 해석하나 65세 이상일 경우는 노인성 질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당뇨환자가 많은 데 가장 위험한 게 저혈당과 합병증이다. 당뇨약만 잘 먹으면 평생 합병증이 안 온다고 설명드리고, 당뇨약을 빼먹어서 합병증으로 눈이 멀게 된 사례 등 다양한 실제 환자 이야길 해드린다. 이러한 실질적인 상담이 현실적으로 말하면 재정절감으로 이어진다. 합병증이 오면 병원치료비로 큰 예산이 손실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돈보다 중한 건 환자의 고통이므로 예방은 여러모로 중하다. 처한 입장을 잘 관찰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안부 물어봐 주는 교류가 절대적
간호사 시절 정신과 근무 경험도 있고 이 일을 하는 동안 자살예방교육도 자주 받다 보니 ‘우울증’에 대해 늘 체크하게 되었다는 윤혜심 씨는 “정말 죽고 싶은지를 예스, 노로 딱 대답하게 해보면 알아요.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곧장 ‘응’ 한마디만 해요”라고 말했다. 신호를 보내는데도 주변 가족이 눈치 못 채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방문 관리하면 제일 먼저 가족 간의 왕래가 있는지, 연락은 누가 얼마나 자주 하는지부터 물어봐요. 단절을 겪거나 전화가 안 오는 어르신들은 우울하죠. 가족과 왕래가 많은 분은 활기차요. 경로당에 가보면, 전화가 자주 울리는 어르신들은 당당하고 활기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녀는 “공무원인데 어떻게 (내 병에 대해) 이리 잘 아느냐고 하신다”며 “일을 대함에 있어 항상 먼저 떠난 가족과 늙은 부모님을 떠올리면서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 ‘아픈 데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런 이웃으로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부터 군청에서 근무한 윤혜심 의료급여관리사는 2007년 친절매너상을 시작으로 2010년 도지사상, 2015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2017년 의료급여최우수기관상 및 군수상, 2020년 3월 장기요양등급판정 우수위원 등 적극적인 대민행정과 친절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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