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청춘이라고 여겼던 남해신문이 어느 덧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 만큼의 연륜을 쌓았다. 내가 창간호부터 구독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35년 객지 생활 동안 세 분의 서울주재 기자들과 소통했던 기억은 또렷하다. 풋풋했던 하혜경, 듬직했던 이수범, 고향 말씨가 정겨운 지금의 윤혜원 기자까지 그들과 함께 한 시절은 참으로 소중했고 행복하다.

남해신문은 '인명사전록'이다. 삼성화재 배구팀의 분위기 메이커 고희진 센터가, 평창 동계올림픽 히어로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가, 여야를 불문하고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윤미향 예비 의원이 동향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땐 남해인의 긍지가 덩달아 올라갔다. 아울러 경향 각지의 선배와 친구와 후배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지도 기별한다.

남해신문은 '바른생활책'이다. 문신수·김종도 두 어르신께서 들려주시던 삶의 지혜는 혼돈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나침반 노릇을 했다. 참고로 김종도 선생이 공동 편저하고 남해신문사에서 발간한 《남해사투리사전》은 우리 방언의 보고이다. 봄의 진객 '회오리'를 혹시나 해서 찾아 봤더니, ‘해우리’ 또는 ‘나이롱 개기’ 라고 뜻풀이를 달아 놓아 감탄한 적이 있다.

남해신문은 ‘인문지리서’이다. 서재심 문화관광해설사의 '화전기행'을 읽노라면 얼핏 들었던 지명의 유래와 거기 사는 사람들과 만난다. 고두가 왜 고사리의 주산지가 되었는지를 소상히 짚어 준다. 농사 잘 짓고, 고기 잘 잡고, 모시 잘 삼는 생활 속 달인들을 소개하고 갯가의 별미를 더한다면 스토리텔링이 첨가된 대체 불가의 보물섬 관광 가이드북이 될 터이다.

남해신문은 '사자성어집'이다. 이호균 선생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이야기>는 과거를 통해 오늘을 보는 그야말로 온고이지신인 셈인데,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가치를 되새기게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은 내가 실천하고픈 구절이다.

이처럼 남해신문은 나의 훌륭한 스승임에도, 오랫동안 행간을 읽어 온 독자로서 감히 두 가지를 당부 드리고자 한다. 먼저 불편부당이다. 정파, 이념, 진영논리와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여 이 신문을 아끼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다음은 군내 신문간의 통합이다. 한정된 공간과 인구에 세 개의 매체가 존재한다는 건 축복인 한편으로 광고주엔 부담을, 각 신문사엔 규모의 경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작년에 3천여만 원의 적자를 전임 대표이사가 사비로 메웠다는 편지에 가슴이 아팠다.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분석, 당사자들의 타협과 양보, 분열 대신 통합의 시대정신을 지향하여 더욱 내실 있고 격조 높은 신문으로 거듭나기를 고대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그 든든한 후원자 역할은 내외 군민 모두의 몫일 것이다.

남해신문 창간 30주년을 축하드리며, 오늘의 축적이 있기까지 음지에서 묵묵히 일한 그간의 제작진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국민잡지 《샘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50돌을 맞이했듯, 창선초등학교가 숱한 세월을 견디며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듯이, 대한민국 지역신문을 대표하는 정론지로 건재하면서 남해인의 영원한 반려자가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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