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생에도 비는 내린다. 지나가는 소나기일까, 아니면 지난한 장마일까. 백세시대를 넘어 백오십세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일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일의 의미, 직업의 의미, 이어 배움의 의미를 다시 정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장치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기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정의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 ‘상덕권역 체험휴양마을 시크릿바다정원’. 이곳은 옛 상덕초등학교, 폐교된 학교를 남면의 남구, 북구, 덕월, 구미 4개 마을 주민들의 체험 및 숙박 등 사업공간으로 돌려준 곳이다.
4개 마을에서 공동운영하는 이곳 ‘상덕권역 시크릿바다정원’은 10인실 객실 4개, 4~6인실 펜션 2동, 공동식당과 다목적실과 함께 족욕과 반신욕, 혈관측정기 등이 있는 치유체험관도 있다. 그 밖에 소규모 전시와 체험이 가능한 박물관과 산책과 운동이 가능한 천연잔디운동장도 이곳의 귀중한 자원이다. 소중한 마을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마을주민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박광윤 운영위원장과 김강수 사무장이 주축이 되어 각 마을의 운영위원이 함께 모여 고민하는 임원회의도 자주 가진다고 한다.
▲ 당초 학교였던 공간, 옛 학교 기능을 오늘날 필요한 학교로
김강수 사무장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지금의 직업군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인식을 점차 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사태 이후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등 이젠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년퇴직과 평생직장이 의미 없어진 지 오래된 오늘날에 ‘지속가능한 일’이란 ‘평생 일에 대한 배움’과도 이어진다”고 말하며, 권역사업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사태를 봐도 내수경기, 내부자원, 내수시장활성화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 직업군의 접근으로는 어려운 시대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지속가능한 직업을 가질 수 있게끔 문화교양 차원에서 그치는 교육이 아닌,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 인터넷 기반에서 가능한 여러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굴뚝없는 미래산업, 4차 산업아카데미 쪽으로 방향을 잡아 도시 청년전문가들이 이곳 남해로 와서 머물면서 웹디자인, 인터넷쇼핑몰 구축 등의 직업교육을 이곳 남해군민들에게 행한다면 어떨까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주거도 불안정하고 직장도 불안정하나 커리어는 충분히 가진 도시청년전문가’에 주목하는 그의 제안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 하나는 기존의 체험마을이나 마을휴양시설들이 ‘숙박’이나 ‘체험’이라는 관념에 멈춰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도 충분히 승산 있어 보였다. 김강수 사무장은 “솔직히 남해에 얼마나 좋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나. 숫자에서도 질적인 면에서도 체험휴양마을의 숙박시설은 숙박자체로는 이점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러한 숙박수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러한 숙박시설은 더 큰 교육사업 등에 수반되는 기본비용으로 보는 편이 더 낫다”며 “강사와 숙박이 필요한 외지 청년강사와 수강생을 위한 숙소로 이용되면, 자연스레 ‘남해살이’로 이어진다. 이들이 충분히 남해에 머물면서 월급을 받고 재능을 제공하고, 그 재능으로 누군가는 일거리,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그 또한 선순환이며, 귀촌을 위한 하나의 모델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언제까지 카페투어만 하게 할까
마을이 지닌 공간마다 교육이면서도 체험이 이뤄지는 곳이 절실하다. ‘개성’은 사람에게뿐 아니라 장소에도 부여되어야 할 자산이다. ‘마을박물관’ 대신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또 다른 경험이 이뤄질 만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나는 게 필요하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체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홀로그램을 도입하거나 VR 등을 통해 천체우주체험을 하거나, 어떠한 주제를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주제와 맞는 인물 토크쇼 등을 여는 것도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행지 남해를 언제까지 ‘카페투어’와 ‘경관투어’로만 밀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간을 특정 이름이 가진 틀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자기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체험과 개성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면, 남해에 올 이유 들이 더 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남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공간의 내일을 고민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