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안방1열’, ‘집콕’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우리의 문화예술 풍경도 바뀌고 있다. 중요한 건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남면 숙호마을 ‘화가와 꽃’에서 오는 5일까지 열리는 허신정숙 한국화가의 ‘방구석 갤러리’의 시도에서도 이러한 열망을 확인 할 수 있다. 
‘화가와 꽃’은 화가 박세상의 집이자 작업실이면서 펜션이기도 하다.

박세상 화가와의 친분으로 남해로 한달살이 하러 오게 된 제주도의 허신정숙 화가. 지난해 와 본 남해에 반해 올해 남해에 와서 한달살이를 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작업물을 평산마을 바래길 작은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계획으로 남해를 찾았다. 그러나 장기화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존의 전시 계획은 실현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남해의 아름다움은 깊었고 그에 따라 작품활동 역시 이어졌다. 

제주대 미대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중섭 레지던시 입주작가, 강릉 하슬라 국제 레지던시 작가의 경험이 있는 허신정숙 화가는 “100년 된 돌담길과 우물과 이곳 화가 부부가 가꾼 뜰이 있는 ‘화가와 꽃’이라는 집에서 머문 한달의 시간은 삶이 곧 예술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며 “독방의 창을 통해 바라본 금산의 푸름과 호수 같은 앵강만의 바다, 찬사가 이어지는 이 자연에게 받은 위안이 고마운 남해이 사월이었다”며 자발적 고립과 격리가 성찰과 예술로 이어진 과정을 전했다.

1960년생, 올해 환갑을 맞았다는 허신정숙 화가는 “기존의 방식으로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시도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즐거운 작업이 이뤄진 바로 이곳, 매일 새벽 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해 뜨는 걸 봐온 이곳에서 ‘방구석 갤러리’ 느낌으로 남해에서 해온 작업과 제주에서 가져온 제 작업을 같이 볼 수 있도록 기획할 수 있도록 박세상, 윤석화 두 분께서 적극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예술가로서 코로나19극복에 동참하는 작은 방식이라 생각해주셔도 좋겠다. 또 제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틀을 깨는 인생 60세의 자유로움을 체험하는 경험이기도 하다”고 전시의 소회를 전했다. 

그녀를 초청한 박세상 작가는 “한달동안 충분히 머물면서 충분히 경험한 것을 캔버스 위에 풀어내는 이러한 작업 형태가 남해를 더 내밀하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누구나’일 수는 있겠으나 ‘아무나’로 그쳐선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작업, 공감하는 나눔과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전문 예술인, 전업 작가의 네트워크를 적극 가동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부인인 윤석화 씨는 “선생님은 이 독방의 창을 통해 바라본 ‘봄, 봄, 봄’에 대한 찬사를 단 하루도 아끼지 않으셨다. 제주도로 가시기 전 선생님의 찬사를, 그 깊은 신음으로 한사람이라도 더 보듬고 안아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여느 갤러리처럼 특별하진 않으나 선생님이 묵었던 작은 공간의 방과 바다와 산을 그리는 마당 구석구석에서 함께 즐겨보기로 했다”며 응원의 마음을 당부했다.

끝으로 허신정숙 작가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취소된 상황에서도 나눌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박세상, 윤석화 부부에게 많은 걸 배웠고 감사했다”며 “일렁이는 호수 같은 남해바다는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 ‘남해, 섬의 흐르는 시간’을 느끼는 이 한달살이가 다른 작가들에게도 분명 소중한 작업의 원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공기와 풍경은 작가에게 창조성을 준다. 이를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장소와 좋은 벗이 되어준 남해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한편 허신정숙 화가는 오는 7일이면 본래의 사는 곳인 제주도로 돌아간다. 보물섬 남해에서 한달살이를 통해 빚어낸 화가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면 오는 6일까지 남면 숙호마을회관 옆 펜션 ‘화가와 꽃’(숙호마을회관 옆, 남면로 202번길 16 전화문의 m. 010-2530-7926)으로 오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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