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길! 듣기만 해도 가슴이 한켠이 애잔해지는 ‘남해바래길’이 우리 곁에 자리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남해바래길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바래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다. 고인이 된 故 정금호 해오름예술촌장, 現 바래길센터장을 맡고 있는 송홍주 신협 이사장, 류영환 소상공인연합회남해군지회 부회장 등 이들이 주축이 되어 남해의 새로운 길 문화와 아름다움을 이어보겠다는 희망으로 시작한 길이다. ‘바래’는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춰 바다에서 파래나 미역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이러한 ‘바래’라는 길 이름에는 남해 아낙의 삶이 파도에 흔들리는 미역처럼 줄줄이 딸려 오는 듯하다.
 이러한 바래길이 10년이 지난 지금, 도약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묶었다. 남해군에서는 (사)‘한국의 길과 문화’의 윤문기 사무처장을 바래길 팀장으로 발탁했으며, 바래길의 첫 태동부터 함께 해 온 송홍주 신협 이사장을 바래길 센터장으로 위촉했다. 변화에 구심점이 되는 근본 동력인 민간조직 ‘남해바래길사람들’의 수장도 바뀌었다. 코로나19사태로 SNS총회를 거쳐 선출된 최상록 대표(6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편집자 주>

▲‘남해바래길사람들’의 대표가 되셨다. 축하드린다=인사받기 쑥스럽다. 3월 20일 SNS총회를 거쳐 선출됐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공개적인 인사 자리를 갖지 못했다. 남해바래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자, 바래길을 걷고 걸으며 길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순수민간단체다. 나 역시 바래길이 좋아 2015년부터 단체활동을 시작해 사무국장과 부대표를 거쳐, 올해 대표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게 됐다. 현재 159명의 회원이 있는 이 단체는 2010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환경로’에 지정되면서 2010년에 창립됐다. 

▲ 바래길 센터장도 있고, 바래길 팀장도 있고, 단체인 바래길사람들도 있다=바래길을 중심으로 둔 트라이앵글이라 보면 된다. 그간 주춤했던 바래길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이해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바래길 팀장은 행정에서 공개 채용한 길 전문가이다. 센터장은 두루두루 총괄하는 역할이며, 우리는 순수민간조직으로서 ‘바래길 교육’을 수료한 전문바래지기 양성, 바래길 모니터링, 걷기문화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조력자 역할 등 실질적으로 길 위의 활동가이자 참여자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함께 하면 좋은 시너지가 있지 않겠나.

▲ 바래길 활동만 거의 6년을 해오셨다. 바래길 지정 또한 1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대두된 문제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채 활성화가 안 된 것 같다. 이에 대한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나?=어떠한 단체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느 정도의 부침이 있었다고 본다. 앞 사업들을 공유하고 연장해가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대표를 맡은 이상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 길과 정치를 분리하겠노라고 분명히 해두고 싶다. 오랫동안 나는 바래길을 미래의 먹거리, 훌륭한 관광인프라로 생각해왔다. 지금의 장충남 군수는 바래길을 정치적으로 해석치 않고, 남해의 미래 자원으로 판단해 전문가들을 모신 것 같다. 한마음으로 바래길을 잘 알렸으면 한다.

▲ 제주와는 대조적으로 남해는 대중교통의 불편함, 출발지에서 리턴해 돌아오는 문제 등이 꾸준한 지적사항이다=제주올레길의 경우는 다 예측이 가능하다. 지형적 특성에서도 제주는 일주도로도 이어져 있다.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도보여행이 가능하다. 남해는 불가능하다. 교통체제를 갖추기조차 쉽지 않다.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운전을 병행하는 걷기를 반기지 않고, 혼자 도보여행을 오는 분들도 자차 없이는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주저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길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기 꺼리는 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완을 위해 남흥여객의 배차간격, 시간표, 현재 정류소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바래길 앱’ 개발을 검토중이다. 이 앱에는 대중교통 정보와 픽업서비스뿐 아니라 이용 가능한 화장실의 위치와 거기까지의 도달거리, 생수나 간식 등을 살 수 있는 위치 정보와 걷는 길 위의 마을과 생태 이야기 등이 담길 것이다.

▲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바래길의 매력을 들자면=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방문 의사를 물으면 또 오겠다는 분들이 상당하다. 이들은 올레길보다 멋지다고 칭한다. 특히 따스한 겨울 남해여행에서 극대화된다. 남해바다의 푸름과 들판의 푸름이 조화를 이루는 남해의 겨울은 타지보다 따뜻해 타지의 잿빛 길과 분명히 차별화된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위험요소들만 제거해 자연을 느끼게 해 주는 작업, 곧 머무는 여행으로 이어지니 지역경제활동으로 순환된다. 

▲ 가장 안타까운 점을 꼽자면=남해는 농업이든 무엇이든 간에 관광과 접목, 연결되어야 한다. 큰 예산 들이지 않고 건강한 여행지로 만들 수 있는 게 ‘남해바래길’이다. 14코스까지 있으나 1부터 14까지 다 있진 않다. 빠진 코스는 길의 연결성이나 협의사항, 위험요소 등으로 아직 알릴 수 없어서다. 첫술에 크게 뜨려 했다는 게 안타깝다. 남해 전역을 14개 코스로 다 잇기 보다는 한두 코스라도 잘 정비된 명품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 정도는 돌아서 처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이어진 코스 길이 있어야 한다. 이제라도 대표 길,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알려 바래길의 입문기로 적용하고 싶다. 앵강다숲길부터 추천하고 싶다. 군민들부터 바래길을 더 걷고 사랑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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