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남해대교의 벚꽃이 떨어지고 영산홍이 어느새 만개했다. 
자연은 순리를 따라 어느새 봄이 왔다가 이내 곧 떠나려 하는데도 무덤덤한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세 달을 넘기면서 감각이 무뎌져서가 아닐는지. 갑갑함이 장기화되다 보니 소셜미디어에선 ‘랜선 여행’이 유행이다. 동영상으로 찍은 세계 각지의 풍경에 고즈넉한 음악이 깔린 영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던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좋은 이와 좋은 곳에서 추억을 쌓고 싶은 건 같은 마음일 것이고 이러한 바램을 ‘집콕’하면서 ‘랜선’으로 다스리는 중인 것이다. 

여행과 관련 자료를 보다가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글에서 시선이 멈춘다. 이 봄은 자연과 하나가 되고픈 충만한 시기다. 여러 상념에 젖어 들다 보니 경제성장과 맞물려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 해외여행 자유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지면서 ‘신혼여행=제주도’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무렵이 떠올랐다. 제주도는 1980년대 최고의 국내 신혼여행지로 손꼽혔다. 비행기를 타고 고급 호텔에 숙박해야 하므로 부산이나 경주, 설악산 등 다른 여행지보다 경비가 비쌌으나 평생에 한 번  가는 여행지로 인기가 높았다. 

미증유 신종코로나19사태로 인해 해외 휴양지와 해외 관광지들이 줄이어 입국 제한 조치에처하자 제주도가 다시 신혼여행지로 뜨고 있다. 5월의 제주도와 강원도 호텔 대부분의 객실이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1970, 80년대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국으로 나갈 수 없는 형편에 제주도와 함께 강원도도 여행지로 급부상하는 등 국내여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하는 동안 드는 생각은 그 관광객들을 남해군으로 오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는 신혼부부와 수도권 여행객들이 이곳 남해를 찾아와 추억을 갖게 할 방법은 없을까!

4월초부터 남해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독일마을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자 그 반가움만큼이나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부처님 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는 황금연휴시기다. 노동절(5월 1일)이 끼어 있어 법적 보호를 받는 직장인들은 5월 4일 연차를 사용하면 내리 6일간 꿀맛 같은 휴가를 누릴 수도 있다. 이러한 휴가, 여행, 지역경기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코로나19에서 멈춘다. 중국은 설 황금연휴 때 사람들의 이동을 막지 않아 국제 확산의 원죄 국가로 지목받은 바 있고 코로나19의 초기 방역에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던 싱가포르는 한순간 빈틈을 보인 것이 화근이 돼 다시 큰 유행으로 이어졌다는 소식. 여행에 대한 즐거운 전개가 다시 슬픈 현실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감염병이기에 이번 연휴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감염증 확산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휴 동안 생활방역수칙으로 청정 남해를 감염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그러나 생활방역에서만 멈춰 있을 수만도 없다. 여행의 재발견, 남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길은 이번 연휴 동안 찬찬히 모색해보는 게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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