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산 날보다 타향에서 산 날이 더 길다. 이제 나에게 고향은 이상이 되었고 타향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현실의 오늘을 살지만 이상의 내일을 꿈꾼다. 그곳에 가면, 그날이 오면 지금 여기보다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산다.
객지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이상향인 고향에 대한 갈증을 숙명처럼 안고 있다. 이 갈증을 풀어 주는 것이 고향 소식이고, 고향 소식은 고향 신문이 전한다. 신문에 실리는 다양한 기사들이 아직은 나와 먼 거리에 있지만 나는 그 소식을 통해 순수와 안정감을 느낀다. 고향의 그들은 여전히 자연스럽고 순하고 선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들은 지금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농부요, 어부다. 나는 내 남은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태어난 사촌마을 본가 터에 새 집을 짓고 마당에는 채소를 심었다. 바닷가 산밭에는 감나무를 심고 내 전용 낚시터도 독산 가장자리에 정해 두었다.
이제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되느냐에 집중하고 싶다. 이제는 채소가 아니라 채소밭이 되고 싶고, 감이 아니라 감나무가 되고 싶다. 선박이 아니라 바다가 되고 싶다. 나의 이런 이상과 바람을 자극하고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바로 지역 신문이다.《남해신문》은 나이가 서른 살이란다. 30년은 세월이다. 나도 출판인으로 40년, 잡지쟁이로 30년을 지내다 보니 세월의 마디마디가 잡힌다. 이뿐 아니라, 책 안에 있는 기사며 사진, 표지, 사연들이 어제 일인 듯 대부분 기억난다. 기억력이 신통치 않은 나에게 이 생생함은 참 이상한 일이다.
글을 쓰고, 신문을 내고, 책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집중을 요하고, 긴장하게 하며, 애를 태우는지 알면 나의 이 이상함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이다.
평균 수명이 가장 낮은 직업이 기자라는 사실을 알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계속되는 고통을 30년간 감당한 《남해신문》의 오늘을 나는 전심으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수고와 인내와 열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한 가지 부탁을 해야겠다. 신문을 통해 독자에게 ‘진리’를 전하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진리가 있다. 진심으로 계속 열심히 하면 그것은 진리가 된다. 우리의 사랑이 그렇고 믿음과 희망이 그렇다. 성실과 진실, 본질과 정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그렇다. 이런 것들은 언어의 기술이나 재능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오직 마음으로 해야 한다. 마음의 사랑, 마음의 기쁨, 마음의 겸손, 마음의 평화 등이 이 일을 할 것이다.
그러면《남해신문》은 단순히 읽히는 신문이 아니라 볼 때마다 향기가 나는 신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남해신문》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의 신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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