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씨는 남해군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다. 부산에서 과일장사를 하다가 고향 남해군으로 귀향했다. 귀촌이 아닌 귀향이었기에 군으로부터 별도로 받은 혜택 같은 것 없었다. 그런 그는 요즘 고민이 많다. 어쩌면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인데 걱정이 더 앞선단다. 부산에서 소개로 만나 사랑을 키워온 연인과의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기에 어깨가 무거운 것. 진수 씨는 “여자친구도 남해로 내려와서 살 예정인데, 갈 직장이 없다. ‘방사능 안전관리사’인 여자친구는 남해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여수산단쪽에서 직장을 구해, 상주면에서 전남 여수로 출퇴근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남해’에서 선뜻 같이 살기로 허락해준 여자친구에게 너무 고맙다는 진수 씨,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농업’의 길 위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쳐 요즘 생각이 많아진다는 남해 사는 청년 김진수 씨를 만났다.

사각지대에 놓인 농업, 농부의 삶
현재 부모님을 도와 만평 정도의 땅에 마늘을 비롯해 다양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진수 씨. 그는 시금치를 대체할 수 있는 작물로 노지 브로콜리와 청경채, 호박에 주목하고 있다. 점차 그렇게 바꿔 나가려 애쓰는 와중에 코로나19사태를 맞았다. 진수 씨는 “작년 대비 두 배 정도 더 마늘을 심었는데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수매도 어렵고, 전국적으로 ‘물리적 거리두기’다 보니 당연히 농산물 유통에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도 농민들이 산지폐기한다고 갈아엎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같은 농민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남해도 나름 마늘 주산지인데 어떤 보전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사태 접하면서 ‘소상공인’ 돕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를 보면서 정책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이 죽어난다고 하면 따라가는 게 당연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의 삶일진대 딱히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또 농민들이 실질적으로 뭔가를 증명해내기가 어렵지 않나. 시금치 막물인 3월초부터 경매를 안 했다. 정부에서 대부분 ‘코로나19감염확산예방’을 이유로 하지 말라고만 할 뿐 다른 대책은 없으니, 이럴 땐 ‘월급쟁이’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도 ‘인원 감축과 고용불안정’ 소식 들으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없구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청년에게만 퍼준다는 시선 불편해
부산에서 ‘유통’에 대한 공부를 많이 경험했다. 좋은 품질과 자부심은 이어진다는 것, 장사는 신뢰라는 것을 배웠기에 그는 이 깨끗한 환경의 남해에서, 부모님과 고향 분들이 정성으로 키운 농산물을 제값 받게 하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고향에서는 “귀촌자 늘이고 인구 늘이자는 목소리는 많은데 정작 귀향하는 것은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는 진수 씨. 
그는 “고향에서 살려면 ‘너 왜 왔니?’라는 질문을 못 견뎌내면 못 산다. 사업이 잘 돼서 와도 군소리가 붙는다. ‘뭣 하러 남해 왔니?’라는 말 대신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와 환영이 전제된다면 각지의 청년들도 고향에서 살아볼 생각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퍼준다는 시선을 갖고 대하는 어르신들이 많던데 그런 시선이 조금은 불편하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청년도 청년나름’이라고 말할 정도로 군의 여러 청년사업이나 청년을 위한 정책, 혜택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작 군내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모르거나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며 “특히 청년사업들은 정보싸움인 것 같다. 미리미리 충분히 고지해서 더 많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게끔 해야 되는데 정보의 불균형으로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고, 누구에게나 참여기회가 열려있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뜯어보면 결국 아니어서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정보나 혜택을 찾기란 남 일 같다”고 말했다.

‘비 오는 날엔 농업인들 보물섬 시네마 무료’ 조례는?
현재 여기에 남아 사는 군민들, 청년들에 대한 일자리 환경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진수 씨는 “인구 적다, 적다고만 말고 여기 사는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가가는 행정, 손에 잡히는 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 공무원들이 법으로 보장받는 연월차, 출산ㆍ육아휴가, 병가, 연가 등이 군내 다른 업체도 적용되는지 실태조사라도 한번 해보셨는지 묻고 싶다. 솔직히 일자리 없고 기업이 없다고만 할 뿐 정작 지역의 청년들은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근로조건, 환경에 처해있는지 관심 갖는 이 있나. 여기 사는 농민, 청년, 소상공인, 노약자들이 두루 행복하다면 자식의 귀향을 반대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보통의 청년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들 나름의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한다면 남해의 다른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큰돈을 들이자는 게 아니라 지역 내 소위 사장님들, 기성 장년층 인식부터 바꿀 수 있도록 캠페인 성격의 간담회를 열거나 하다못해 ‘금요일엔 한 시간 먼저 퇴근’, ‘농사 못 짓는 비 오는 날엔 농민이면 보물섬 시네마 무료, 한달에 한번 가족과 올 경우 영화 무료’ 등 여러 시도와 실험을 군 조례로 해 볼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라도 문화를 접하게끔, ‘보물섬에 사는 당신의 혜택’이라고 쥐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왜 남해에서 살지 않는지, 살지 못하는지 되물어보면
청년 농부 진수 씨는 “남해공무원들 중에서도 남해를 거주지로 두지 않고 타지에서 출퇴근하는 분들 많은 것으로 안다. 이들 중 청년층, 장년층만 파악해서 왜 남해에 살지 않는지 역추적해보면 그 속에서 정책의 방향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진수 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에 사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깨끗한 자연 속에서 걱정 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늘 떠오른다”며 “그 옛날 남해는 논의 물을 마셔도 탈이 없을 정도로 깨끗한 환경이었다. 내 아이에게 이런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고, 부모님이 평생을 바쳐온 농사, 자식 같은 농산물의 제대로 된 가치를 보장받고 싶다”고 답했다. “왜 항상 거대한 건물을 짓고, 그 안의 운영비를 쏟아붓는 정책인지, 소수에 국한되는 정책인지 안타깝다”며 “남면에서 서면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곳에 부지조성을 통해 주차장, 전기 등 기초기반시설만 해두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존하는 푸드트럭 참여가 되게끔 분위기를 만들면 이들이 자연스레 ‘포토존’으로 홍보가 되고, 먹거리 부족지라는 오명도 덜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