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 철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자발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의지대로 스스로 나아가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스스로 행한다는 것,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하게 행한다는 것은 마음에서 어떤 통찰이 일어날 때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어떤 감정 속에서라도 자발의 의미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정상적이라 하여도 순간마다 일어나는 욕망에 휩싸여 자발의 의미가 희석될 경우 보람과 성과적 측면을 갸름하기가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러운 자발 의지와 인위적인 방편 사이에서 드러날 성장의 척도 또한 차이가 날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우리는 종종 세상의 풍습에 쫓아가다 정작 중요한 자신의 마음 상태가 건강한지, 평균적 인지 아니면 부족한 상태인지를 갸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가령 마음에 오랜 상처가 남아 있을 때, 생각이나 감정의 상태가 불안정할 때, 어떤 습성(집착, 분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사랑과 인정의 부재로 침하된 욕구가 몸에 밴 상태입니다. 이때에는 자발을 실현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이때 나타나는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자신의 방식대로 판단하고 이것이 성격이 되어 버리는 예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르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발은 강요가 아닌 스스로 자각적 판단이자 자연한 이치에서 드러나는 품격입니다. 이것은 나의 나됨을 도모할 기준이요 나의 품격을 고취할 자연스러운 발현입니다. 누구든지 간섭할 수 없고 타의의 힘으로 배척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만약 우리가 자발을 나타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좀 더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사유를 잇기 위해서라도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발의 발상이 있기까지 몸, 마음, 성품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내공을 쌓는 일입니다. 자발의 양식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성품 이 세 가지가 완벽히 일치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발은 먼저 자신을 깊이 사랑해야 하고 누구든지 내 몸과 마음처럼 대할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공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신념과 용기 그리고 타인과 나는 둘이 아니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유의 정신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인지해보면 자발처럼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불의를 보고 못 참는다든가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거나 위험한 순간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발은 마음에 각성(覺性)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이러한 사례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수없이 진행됐으며 앞으로도 끝없이 진행할 아름다운 이야깃거리입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수천만 원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다든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등과 같은 선행입니다. 최근의 사례를 보아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하여 상거래가 여지없이 무너져 힘들어할 때 스스럼없이 선행을 보이시는 분의 자발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집세 비용을 몇 달간 받지 않는다거나 반으로 인하한 집주인의 미담, 의료 및 방역 종사자의 정성, 성금을 보내주시는 분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렇습니다. 이 밖에도 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신의 안위는 뒤로 한 채 구호에 나선 이들의 자발은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평소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져다주는 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심층 의식의 발로, 자유의지를 반영할 강력한 신념처럼 성취 가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줄 자발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시대의 자산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비록 작고 보잘것 없을지라도 그 속에서 각성(覺性)을 이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발은 그야말로 인간애(人間愛)의 표상(表象)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의식은 사적인 어떤 힘보다 자발적 성취에 근거한 힘으로 진화하고 있기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물음을 통하여 자발의 의미를 더욱 고취시켜나가면 어떨까요. ‘점점 더 깊이 자발하라. 자발은 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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