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은 한민족의 민족정신을 드높인 운동이었다. 
그러한 민족정신은 말과 글을 바탕으로 한다. 
새로운 100년의 첫 해를 맞는 101주년 3·1절을 맞아, 우리말 우리글의 현주소를 돌아보고자 특집기고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류영남(柳永南) 문학박사 · 전 부산한글학회장
류영남(柳永南) 문학박사 · 전 부산한글학회장

유의할 말들 
1) 말뜻에 유의할 말
 ① 금도(襟度) :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 
 <참고〉‘금도를 벗어난 발언’이라 하나, 사전에는 ‘다른 사람을 포용할만한 도량’이란 ‘금도(襟度)’만 있고, 금하는 정도라 할 ‘금도(禁度)’란말은 없다. ‘금도(禁度)’ 같은 말을 새로 만들어 쓸 수도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한계를 벗어난 발언’으로 썼으면 한다.
② 역임(歷任) : 차례로 여러 관직을 거침. ○○○ 장관, ○○○ 장관 역임.〈참고〉‘역임’은 위와 같이 두 개 이상의 관직을 거쳤을 때 쓴다. 하나를 보일 때는 역임이라 할 수 없다. ‘지냄’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③ 재원(才媛) : 재주 있는 젊은 여자로, 남자일 경우에는 ‘재자(才子)’라야 한다.
2) 아쉬운 사전 풀이
  가) 국어사전
① 개차반 : ‘개가 먹는 차반, 곧 똥’이란 사전의 풀이는 잘못이다. 이 말은 ‘개가 밥을 먹다.’란 ‘개+츠판(吃飯, 우리 발음 ‘흘반’)’으로 된 말로, ‘언행이 더럽고 막된 사람을 개가 밥을 먹는 행동에 비유한 데서 생긴데서 말이다.
② 기념(紀念, 記念)  중국·한국-기념(紀念) : 일본-기념(記念). 
국어사전들의 표기는 ‘紀念’과 ‘記念’ 풀이는 각양각색이다. 조사 결과 중국과 우리는 ‘紀念’을, 일본은 ‘記念’을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③ 수고(受苦)                           
‘수고’의 한자는 국어사전에 수록되지 않아 더러 ‘手苦’로 잘못 쓰기도 했는데,『고려대 한국어대사전』(2009)에서 최초로 ‘受苦’로 밝혔다. 『석보상절』(1447) 등 옛 문헌들에도 나온다.  
  나) 한자 자전  
① 茶(차 차, 차 다) - 설명 없음.                 
 <참고〉‘차(cha)’는 중국 북서쪽 음으로 신라 때 차와 함께 육로로 들어왔고, ‘타(tay)’는 뒤에 해로로 들어왔다. ‘다방’을 옛날에는 ‘타방’이라 했다. 영어의 ‘tea’는 남동쪽 방언인 ‘tay’에서 온 말이다.  
② 기치(旗: 기 기/ 幟기 치) - 설명 없음.
〈참고〉아래 3)의 ③의 풀이. 
3) 비슷한 뜻이 겹친 한자말
① 갈등(葛藤) - 줄기를 오른쪽으로 트는 칡. / 왼쪽으로 트는 등나무.
② 귀신(鬼神) - 육체의 주재인 백(魄)이 땅속에 하강한 것. / 정신의 주재인 혼(魂)이 승천한 것. 
③ 기치(旗幟)- 옆으로 단 기. / 아래로 내리뜨린 기.
④ 낭패(狼狽) - 앞다리가 긴 이리. / 뒷다리가 긴 이리.
〈참고〉두 짐승은 붙어 다녀야만 했는데 떨어질 경우에는 큰일이 났다. 이에서 ‘낭패 보다’의 ‘낭패’란 말이 생겼다.
⑤ 문호(門戶) - 두 짝 문(순우리말 ‘오래’). / 외짝 문(순우리말 ‘지게’). 
⑥ 붕우(朋友) - 같은 스승을 모신 벗./ 뜻을 같이하는 벗.
〈참고〉옛글에 ‘동사왈붕 동지왈우(同師曰朋 同志曰友)’라 했다.
⑦ 성곽(城郭) - 궁궐에서 3리 밖의 성(내성). / 내성에서 7리 밖의 성(외성).
〈참고〉궁(宮)에서 10리까지를 ‘경(京)’이라 하고, 경에서 200리(중국은 500리)를 ‘기(畿)’라 했다. ‘경기도’ 이름의 유래다.    
⑧ 성씨(姓氏) - 모계 사회의 어머니 성. / 부계 사회의 아버지 성.
⑨ 양류(楊柳) - 위를 향해 올라가는 버드나무. / 가지가 처지는 버드나무.
〈참고〉수양버들은 사실은 ‘수양(垂楊)’이 아닌 ‘수류(垂柳)’라야 옳다.
⑩ 언어(言語) - 혼잣말(독백). / 주고받는 말(대화).  
 
올바른 언어 예절

1) 윗사람에게 주의할 말 
① 할아버지께서도 무고(無故)하십니까?(×)
〈유의〉무고→‘안녕(安寧)’으로 써야 한다. ‘무고’는 “그간 자네 무고한가?”처럼 윗사람이 쓸 말이다.
② 선생님, 어떻게 소일(消日)하십니까?(×)  
〈유의〉소일→‘석음(惜陰)’으로 써야 한다. 

‘시간을 아끼다.’라는 뜻이다. ‘소일’은 “나는 이럭저럭 소일하고 있네.”처럼 윗사람 자신이 쓸말이다.
③ 선생님, 수고하십시오.(×)
〈유의〉수고(受苦)→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와 같은 표현은 괜찮으나, ‘수고하십시오.’처럼 명령형으로 써서는 안 된다.
2) 유의할 용어
  가) 조문(弔問) 용어
① 조상(弔喪)-신위에 향을 피우고 술을 올리고 인사를(곡을) 하는 의례. ② 문상(問喪)-상주 이하 상제들에게 절을 하면서 위로 인사를 하는 의례.
〈참고〉망인(亡人)을 아는 경우는 ‘조상(弔喪)’이 되고, 상주를 아는 경우는 ‘문상(問喪)’이 된다. 이를 총칭하여 ‘조문(弔問)’이라 한다.
  나) 일반 용어
“저의 자당의 향년 70세 잔치를 하려 합니다.”란 안내장이 있었다. 그러나 ① 자당(慈堂) - 남의 어머니를 높이는 말이요, ② 향년(享年)-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를 이르는 말이다.                                     

정겨운 경상도 말 
1) 특색 있는 말들 
   가) 천지뻬까리
‘천지뻬까리’와 ‘쌔비맀다’, ‘억수로 많다’들은 ‘많다’란 뜻으로 쓰는 경상도 말이다. ‘억수로’는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인 ‘억수’에 ‘로’가 붙은 것으로, 많은 수의 ‘억수(億數)로’로 보기도 했다.
‘쌨다’는 ‘쌓이어 있을 만큼 흔하다.’이고, ‘쌔고쌨다’는 ‘아주 흔하다.’이며, ‘쌔비맀다’는 ‘쌔고쌨다’의 경상도 말인 ‘쌔버렸다’가 변한 말이다. 
‘천지뻬까리’의 ‘뻬까리’는 ‘볏가리’란 말로 ‘ㅔ’와 ‘ㅐ’를 변별치 못하는 경상 방언에서는 ‘천지빼까리’라기도 하고, ‘천지삐까리’라고도 한다.  
‘천지(天地)’는 ‘하늘과 땅’ 외에 ‘무척 많음.’이란 뜻도 있다. 그러고보면 ‘천지뻬까리’는 ‘무척 많은 볏가리’란 뜻으로, 어려웠던 시절 양식이 많았으면 하는 기원이 담긴 말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나) 멍게(우멍거지)
‘멍게’는 ‘우렁쉥이’와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이 멍게의 어원이 흥미롭다. 국어사전에 ‘끝에 가죽이 덮인 남자 어른의 ××’라 한 ‘우멍거지’라는 말이 있다. 포경 수술의 포경(包莖)의 순우리말이다. 
멍게의 생김새가 이 우멍거지와 비슷한데 차마 그대로 쓸 수가 없어 가운데 두 자만을 떼어 쓴 ‘멍거’에서 왔다는 얘기다. 술자리들에서 웃음 속에 풀이하던 어원 추정이다. 그런데 고향이 울산인 어느 분이 이 를 사실로 밝혔다. 울산 지방에서는 아예 ‘우멍거지’라 했다고 한다. 
경상도에서는 you란 ‘네’를 ‘니’라 하듯이 ‘멍게’를 ‘멍기’라고도 한다. 
   다) 새첩다
beautiful이란 말이, 우리의 언어 대중들 사이에서는 ‘어여쁘다, 이쁘다, 예쁘다, 새첩다’로 표현되고 있다. 
흔히 ‘어여쁘다’는 성년의 미를 나타내고, ‘이쁘다’는 17·18살 무렵의 얼굴살결 뽀얀 아가씨의 미를, ‘예쁘다’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나 어린이들의 익은 복숭아 같은 빨간 뺨을 가진 어린 세대의 미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는 다 ‘예술적인 미’를 이른다.
‘새첩다’는 이와 정반대다. ‘아이고 그 계집애 이쁘더라, 배우 되었으면 좋겠더라.’할 때의 ‘이쁘다’와는 달리, ‘새첩다’는 ‘아이고 그 가시나 새첩더레이, 살림 잘 살겠더라.’와 같이 쓴다. 실용적인 미를 나타내는 경상도 말이라 하겠다.  
2) 표준어로 정할 말 
  가) 줏다
경상도 사람들은 제멋대로 이말 저말 하는 것을 ‘줏어대다’라고 하고, 귓결에 한 마디씩 얻어듣는 것을 ‘줏어듣다’라고 하며, 들은 대로 본 대로 이러저러한 말을 늘어놓을 때는 ‘줏어섬기다’라고 한다. 표준어에서 느끼는 말맛과는 다르다. 
사전에서는 ‘줏다’를 ‘줍다’의 사투리라 했다. 그런데 시선을 끄는 것은 ‘줏다’가 ‘줍다’의 옛말이란 풀이다. ‘주섬주섬’이란 말이 있다. ‘주섬주섬 주워라’보다 ‘주섬주섬 줏어라’란 경상도 말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주섬주섬’은 ‘줏다’를 표준어로 정하는 데 울력이 되는 말이다. 북한에서도 ‘줏다’를 쓰고 있다. ‘줍다’와 함께 복수 표준어로라도 처리했으면 하는 ‘줏다’는 꼭 주워야 할 경상도 말이다. 
  나) 후제
영어에는 날짜를 나타내는 말에 ‘오늘’과 ‘어제’ 그리고 ‘내일’이란 세단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말에는 ‘그끄제-그제-어제’가 있어 사흘까지 기억하고,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내일-모레-글피-그글피’가 있어 나흘까지 미리 생각하는 멀고도 깊은 사려가 스며 있다. 
이들 중 ‘내일(來日)’은 한자말이다. ‘내일’의 순우리말은 없었을까. 
고려를 다녀간 송나라의 손목(孫穆)은『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내일’을 뜻하는 우리말을 ‘轄載’로 적었다. 오늘의 음으로 ‘할재’인 이 말을 학자들이 ‘할제, 올제, 하제, 후제’ 등으로 해독했다. 경상도 말에 ‘후제’가 있다. 지금은 ‘뒷날’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후제(後-)’와 같이 ‘뒤 후’자를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후제’는 적어도 12세기 고려 때까지는 ‘내일’의 우리말로 쓰이다가 한자어에 밀려난 말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되살려 썼으면 하는 말이다.    

3) 대상에 따라 구별해 쓰는 말
  가) 낫우다
‘고치다’를 국어사전에서는 ‘고장이 나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손질하여 제대로 되게 하다.’, ‘병 따위를 낫게 하다’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부서진 책상도 ‘고치다’라 하고, 병도 ‘고치다’라 한다. 
경상도에서는 이를 구별하여 책상 같은 물건일 때는 ‘고치다’를 쓰고, 사람이나 동물일 때는 ‘병을 완쾌하게 하다.’란 뜻으로 ‘낫우다’를 쓴다. ‘낫게 하다’의 경상도 말이다.
〈보기〉① 책상을 고치다. (대상이 물건일 때) ② 개를 낫우다. (대상이 사람 또는 동물일 때) 경상도의 이 두 말의 구별은 의미분화 면으로 보아도 좋은 일이다.  
  나) 훛다
국어사전에서 ‘쫓다’를 ‘어떤 자리에서 내몰다’로 풀이한 것처럼 표준어에서는 ‘개를 쫓다’, ‘새를 쫓다’와 같이 모두 ‘쫓다’라고 한다. 그러나경상도에서는 대상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곧 개는 ‘쫓다’라 하고, 새는 ‘훛다’라고 한다. 이는 길짐승과 날짐승에 따른 구별이다.
〈보기〉① 개를 쫓다. (대상이 길짐승일 때) ② 새를 훛다. (대상이 날짐승일 때) 개나 새를 쫓는 말로 ‘숴’와 ‘훠이’가 있다. 어느 국어사전에는 ‘후여’란 말도 실었는데 ‘훠이’와 ‘후여’는 ‘훛다’와 관계 있는 말이라 생각된다.

우리말의 내일을 위해
셰익스피어는 ‘컨트롤(control)’, ‘힌트(hint)’ 등 2,000여 개의 말을 만들었 다. 우리의 정인보 선생은 혼백(魂魄)의 혼(魂)의 순우리말로 ‘얼’이란 말을 만 들었는데, 백(魄)의 ‘넋’과 대응하는 말로 썼다. ‘가람’과 ‘누리’ 같은 옛말도 살렸고, 삼일절 노래에 ‘선열이시여’란 뜻으로 ‘선열하’란 표현도 했다.
최현배 선생은 ‘도시락’ 같은 말들 외에도 ‘이쑤시개’를 ‘이치개’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어령 선생은 ‘노견(路肩)’을 ‘갓길’로 고쳤다. ‘석가 탄일’을 ‘부처 님 오신 날’이라 한 불교계의 노력도 기억할 일이다.
한글을 더욱 널리 알려야 한다. 세계 문자 올림픽대회에서 1회(2009), 2회 (2018) 연속 1위를 한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화이다. 한글과 우리말, 우리 문화 보급에 힘쓰는 세종학당은 2007년 3개국 13곳에서, 2019년 5월 기준 60개국 180곳으로 확대되었다. 기쁜 일이다.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첫 사례인 인도네시아 부톤섬 찌아찌아족이 지난해 한글 도입 10주년을 맞았다. 마을 곳곳에 한글 간판이 세워지고, 학생들은 한글 노래를 유창하게 부르며, 한글 벽화가 그려진 한국 마을도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세계화는 서양화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으로, 오히려 자기 것을 세계에 널리 펼치는 일이다. ‘한류(韓流)’란 말에서 이를 읽는다. 
중화민국 총통이었던 위안스카이(원세개)가 한자 대신 한글을 쓰려고 했으나 나라 잃은 조선의 글자라는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그때 한글이 중국 의 공식 문자로 채택되었더라면 오늘의 세계적 위치는 어떠할까. 아쉬움 속에 내일을 그려 보는 마음 부풀다.
문필가의 힘은 크다. 정확한 말은 물론 사전과 옛 문헌에서 잠든 말을 찾고 좋은 말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바르고 가멸찬(풍부한) 우리말로 좋은 작 품을 탄생케 해야 한다. 
역사를 보면,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민간에서 쓰는 일본어를 없애려고 1593년 10월 2일에 ‘왜어(倭語) 사용 금지령’을 내렸고, 광복 후 1948년에는 ‘우리 말 도로찾기 운동’을 벌였으며, 1976년에는 ‘국어사랑 나라사랑’ 운동을 펼치 기도 했다. 
국어 가꾸기 노력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요즘, 3·1절에 부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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