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걸음마다 마주치는 ‘봄’
걸음 걸음마다 마주치는 ‘봄’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0.03.13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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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림, 소품이 머무는 ‘꼬마께아틀리에’ 박혜경 씨가 건네는 봄 이야기

설천 비란의 아리따운 소녀는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기억한다. 굽어진 양 갈래 길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숱한 꽃과 풀, 그 내음을 잊지 못한다. 집에서 진목초등학교로 걸어가던 등굣길은 한 시간 남짓. 봄이면 지천에 피어있는 마을 꽃밭에서 봄꽃을 꺾어서 선생님께 가져다드리고, 가을이면 구절초를 꺾어서 선생님께 드렸던 그 어여쁜 소녀가 어느덧 어여쁜 꼬마께 아틀리에의 꽃지기가 되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학교는 닫고, 길마다 마주한 숱한 꽃밭도 사라졌지만 소녀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산과 들이, 자연이 살아 있다. 더불어 ‘봄’이 피어난다. 

끝이 쉬이 잡히지 않는 전염병 사태에서 많은 이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난(難)중에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내려앉았다. 봄 향기 따라 발이 멈춘 이곳은 남해읍 화전로 43번길 4-1의 ‘꼬마께 아틀리에’. 효자문 삼거리 산림조합 인근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 봄을 만났다.

삶의 위로에 한껏 다가서는 꽃 
조금 괴롭다면 봄꽃을 만나보시길

 ‘꼬마께 아틀리에’는 평소 ‘그림마을’의 그림 선생님으로 더 많이 알려진 박혜경 씨(45)의 그야말로 작업실이다. 이 작업실의 시작은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내인테리어와 목공예, 개인 작업 등을 두루 하는 다재다능한 남편과 작업할 공간을 마련하고자 이들 가족이 사는 이동면 고모마을에 집과 작업실을 같이 두고 ‘꼬마께 아틀리에’라는 이름으로 2018년 5월 먼저 문을 열었다. ‘꼬마께’라는 이름도 ‘고모마을’의 옛 이름, 꼬막이 많이 나왔다 해서 불렀다는 ‘꼬마께’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러나 ‘까꼬막’이라는 진입로, 접근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일부 있었다. 이에 지난 12월 이곳 남해읍으로 작업실을 과감히 옮겼다. 오가는 길목이라 ‘꽃’의 향기를 전하기도 더 좋았고 그녀가 행하는 ‘만원의 행복’으로 알려진, 일주일에 한 번 꽃을 받을 수 있는 ‘꽃 정기구독’을 위해서도 나았다.
 혜경 씨는 이곳을 그야말로 ‘아틀리에’의 기능에 충실한 곳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두고두고 만날 수 있는 작업실이자 취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장소이기도 하다고. 꽤 넓은 실내에 들어서면 앞쪽에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마다 들어오는 ‘꽃차’에서 받은 그날의 꽃들이 반겨주고 옆으로는 생화에 약품처리를 가해 장시간 변형 없이 보존 가능한 프리저브드와 꽃을 활용해 만든 소품들, 올망졸망 귀여운 다육이들이 자리한다. 뒤로 갈수록 그림과 작업의 공간이 나온다. 삶의 동반자이자 두 아이의 든든한 아빠이자, 그림 선배인 남편의 작품들과 함께 한쪽에는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뚝딱 만들 수 있는 작업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즉 꽃과 식물, 그림과 작업이 한데 어우러져 생동감을 주는 공간인 것이다.

호되게 아픈 뒤 알게 된 “감사한 오늘, 후회 없는 삶”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부산과 서울 등지에서 그림관련한 다양한 일들과 웨딩업체 등에서 일하다 2002년 결혼과 함께 고향 남해에서 살기 시작한 혜경 씨는 2016년 11월을 잊지 못한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도 한창 ‘꽃’에 빠져 네덜란드 자격증을 준비하던 때였다. 당시 몸이 아팠으나 중요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10월 시험을 마치고 병원에 갔더니 몸에 탈이 나 있었다. 혜경 씨는 “호되게 앓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저 ‘바쁘게 일하는 엄마’의 삶이 다였구나 하는 반성이 들면서 그때부터 많이 내려놓자 다짐했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하고픈 일에 집중하며 후회 없이 살자는 다짐이 몸에 배였다”며 “지나가다가 꽃 사러 들러 주는 것도 감사하고 코로나로 생겨버린 학원 방학 덕분에 ‘온전한 꽃집 주인’으로의 삶을 살아보게 되는 것 같아 그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꼬마께아틀리에’는 열려 있는 공간이다. 소그룹으로 꽃 액자 만들기, 수틀리스, 우드앤플라워(나무틀에 꽃 넣어 꾸미기)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제로 진행하고, 오전 10시부터 낮 1시 사이에 들르면 그날의 ‘꽃’이나 다육이 등을 직접 골라서 사갈 수도 있다. 물론 꽃다발과 소품도 주문제작가능하고 일주일에 만원씩, 한 달에 4만원을 내면 매주 한 번 새로운 꽃을 만날 수 있는 ‘꽃 정기구독’ 또한 신청 가능하다. (예약문의 m.010-4561-3822) 
혜경씨는 “다양한 일을 해봤다. 결론은 그림은 평생 간다는 것, 붓을 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림으로 타인과 공감하고 치유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꽃 또한 마찬가지다. 원예상담사까지 취득할 만큼 꽃으로 소통해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거창하지는 않다. 이 모든 건 좋아하니까 가능한 것이고, 하루 하루 천천히 걸어나갈 뿐이다. 불행으로부터 힘껏 멀어질 수 있는 공간, 그런 이웃으로 남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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