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서야 길이 열린다. 어떤 원칙을 중요시하는 뜻으로 쓰이며, 법과 원칙 등을 지키자는 의미로 ‘본립도생’을 자주 사용한다.
중국 고전(古典)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나오는데, 공자(孔子)가 극진이 아끼며 특별우대한 제자 중 증자(曾子)와 유자(有子)가 있는데, 유자가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름에 자(子)를 쓰는 것은 존칭을 의미하며, 다른 제자들은 모두 이름을 썼는데, 유독 증자와 유자 두 제자에게만 높임말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유자는 학문을 좋아하는 자세에서는 공자를 빼어 닮았다고 전한다. 그래서 공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제자들이 유자를 공자 대신에 섬기자고 제안할 정도였다고 한다.
유자가 남긴 유명한 ‘군자무본(君子務本)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은 군자는 기본에 힘쓴다.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는 뜻인데, 군자는 먼저 자신의 근본적인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며,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남에게 얘기하면 설득력이 없고, 기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고 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변치 않는 원리를 가르쳐 준 것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기본이 되며,‘정직하라, 친절하라, 인사 잘하라, 원대한 꿈을 가져라’등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사례에 등장하는 내용 들로,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에 다 배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본립도생’이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로 번역 또는 풀이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앵무새처럼 유행하는 말이 법과 원칙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국민은 자기 수준 이상의 정치를 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근본이 제대로 서지 못해, 돼 먹지 못한 저급한 정치인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은 바야흐로 국민주권시대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국민이 뿌린 씨앗을 우리가 거둘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이건 정치인이건 모두 네 탓만 해대니 이런 괴물 같은 정치인들이 제철 만난 듯이 날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주인이고 정치권(권력)은 머슴이다. 머슴이 집안을 어지럽히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주인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이 한심하게 굴면 머슴이 제멋대로 날뛰는 법이다. 

이제 근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은 촛불 정신을 되살려 제도정치를 감시하며, 환골탈태(換骨奪胎:본지`16.1.29보도)의 자세로 기강을 바로 세우고, 더 철저하게 겸허하게 스스로 반성하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면서 새로이 다져야 한다. 개혁의 결기(決氣)란 모름지기 반구저기(反求諸己:잘못을자신에게서찾는다.본지`19.11.15보도)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적어도 국정농단을 자행한 무리 들은 국가혁신의 활로를 막아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며, 더 엄정하고 치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혁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많은 인종이 살고 주(州)마다 법이 다르지만 미국이 흔들리지 않는것은 그런 차이 속에서도 법을 지킨다는 데 있다. 즉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법은 있지만 떼법이 난무하는 사회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리 세상살이가 어려워도 구성원 서로가 기본만 잘 지키면 세상을 살만하게 원만히 돌아갈 것이다. 우리사회가 보다 더 건강하고 성숙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본을 소중히 해야 한다.  
“본립도생 사해개춘(四海開春)”이라 ‘근본이 서면 길이 생기고, 온 세상에 봄기운이 열린다’는 뜻보다 더 귀한 화두(話頭)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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