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조성공사만 일부 진행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갈사만의 모습. 지난해 11월 27일 하동군은 이곳에 원유·LNG허브터미널을 만들겠다며 중국기업과 MOU를 체결했지만 남해어민들은 이를 면피용 퍼포먼스 정도로 여기고 있다.
둑 조성공사만 일부 진행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갈사만의 모습. 지난해 11월 27일 하동군은 이곳에 원유·LNG허브터미널을 만들겠다며 중국기업과 MOU를 체결했지만 남해어민들은 이를 면피용 퍼포먼스 정도로 여기고 있다.
갈사산단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기 위해 하동군이 설치한 안내판.
갈사산단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기 위해 하동군이 설치한 안내판.

하동갈사만산업단지남해어업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9개 어촌계(감암, 월곡, 화전, 갈화, 노구, 유포, 염해, 남상, 장항) 어민들이 갈사만 바다를 막는 둑 조성공사만 일부 이뤄진 뒤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하동 갈사만산업단지 조성예정지 해역에 대해 원상복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9개 어촌계는 지난해 3월 기존 광양만어업피해대책위로부터 분리, 독립한 대책위로 지난 2012년 7월 9일 갈사만산단사업추진주체인 하동지구개발사업단(주)와 어업인 간에 체결한 산단조성에 따른 어업피해보상협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25일 하동군청 앞에서 시위를 한 주체이다. 당시엔 차홍영 갈화어촌계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나 갈화어촌계장이 새해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정주원 월곡어촌계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이 갈사만을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서게 된 배경에는 갈사산단조성사업의 회생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어민들이 하동군청 앞에서 하동군을 상대로 어업피해보상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이틀 뒤인 11월 27일 하동군은 중국의 시노펙그룹(중국석유화공고분유한공사), ㈜부산북항종합개발 간에 갈사산단에 15조원이 투자되는 원유·LNG허브터미널을 조성하겠다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지만 어민들은 이를 면피용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2014년 2월 공사가 중단된 이후 하동군은 여러 차례 이 같은 MOU를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OU만 남발하고 있는 하동군

하동군의 이러한 반복된 퍼포먼스에 지친 하동대송산단대책위도 하동군이 MOU를 체결하는 날 “경제자유구역 16년! 갈사만에 6000억, 대송에 2300억, 분양률 0%, 수익 0원”이라고 비판하면서 “하동군 빚만 증가시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제 멈춰야 한다”고 시민저항운동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대송산단대책위는 심지어 대송산단 업무를 맡아온 책임자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와 검찰수사를 촉구하면서 고발까지 하고 나섰다. 

갈사만산단조성사업이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남해어업피해대책위 9개 어촌계 어민들의 판단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이러한 하동군의 형편에 대해 소상히 알게 된 데서 얻은 결론이다. 

남해어업피해대책위 입장에선 어차피 어업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바 같으면 갈사만을 원상복구해서 어민들의 생계라도 꾸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남해어업피해대책위는 지난해 하동군청 앞 시위 때 이미 “피해보상에 대해 하동군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청와대와 해수부에 원상복구 청원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해어업피해대책위가 별도의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원상복구 청원운동을 마지막 수단이자 목표로 세워놓았던 것이다. 

폭발성 큰 원상복구 청원 

그런데 갈사만을 원상복구 시키자는 발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 있는 폭발성이 매우 큰 사안이다. 만약 생태계 복원을 제일과제로 삼는 제대로 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나 전국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의 단체가 이 운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합세연대를 할 경우 4대강 복원 청원운동처럼 전국적 이슈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갈사만은 산단조성구역의 경계만 알 수 있을 정도의 둑 조성공사가 이뤄져 있다. 또한 일부 성토공사가 이뤄졌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어로행위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민들은 이 둑을 돌아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경비도 많이 허비하고 있다. 이 둑은 섬진강 물길도 바꿔놓았다. 둑이 형성된 이후 섬진강 물이 노량 쪽으로는 오지 않는다. 어민들의 생계터전인 광양만 바다뿐만 아니라 강진만 생태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갈사만은 남해바다의 어족자원의 산란장 기능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어민들로서는 외양간도 잃고 소도 잃어버리는 일이 8년 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외양간을 되찾아서 소도 키우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해어업피해대책위는 우선 청와대,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국회에 원상복구를 청원할 청원서를 작성하고 9개 어촌계 어민들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일의 진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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