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남해에까지 오겠냐 했던 믿음이 깨졌다. 지난 25일 남해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신문이나 방송보다 더 빠른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어, 내가 그 식당에 간 게 언제였지? 오후 5시 30분에 이뤄진 남해군의 공식 브리핑을 생중계로 지켜보았지만 확진자의 감염경로와 잠복기의 동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었다. 공식브리핑 이전에 이미 SNS에서는 몇몇 업소가 나돌았는데 그 명단에 내가 간 곳도 포함돼 있었다. 내가 그곳에 간 시각이 확진자가 다녀간 시각 이전인지 이후인지 알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지만 군의 브리핑을 통해서는 충족되지 않았다.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내게도 바이러스가 잠복한 상태가 아닐지, 바깥활동을 해도 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뒤에 대조를 해보니 SNS에 올라온 곳들이지만 군의 브리핑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곳들은 잠복기인 21일 이전의 동선이었다. 긴급방역이 이뤄진 곳을 목격한 사람들이 올린 정보를 취합한 것이었다. 그래선지 일치도가 높았다. 나는 긴급방역대상이 된 식당에서 20일 저녁 친구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날 동계훈련을 온 학생들도 많았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 나는 최대한 활동을 자제했다. 이후 7일이 경과하고 있지만 현재까진 나와 친구에겐 아무런 증상이 없다. 이제야 안도가 된다. 

코로나19 발생지역의 한 시민으로서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소상히 하고 있는 이유는 행정담당자들에게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어떤 것인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남해군은 이틀째인 26일 “확진자 발생이후부터는 확산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사태가 엄중한 만큼 군수가 직접 챙겨나갈 것이며, 모든 행정력을 발휘해 조기종식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면서 “발표된 확진자의 동선을 잘 살펴 같은 동선에 있던 접촉자와 유증상자들이 한시라도 빨리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같은 동선에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발열이나 기침증상이 있으면 이 사실을 숨기지 말고 곧바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가서 안내에 따라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면서 “특히 노약자나 사회적 약자들이 이를 간과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잘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거나 개인신상정보를 마구잡이로 유포하는 것은 불안감만 조장하고 특정인에게 큰 상처를 안길 수 있으니 꼭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코로나19의 위기를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가져온 위기는  단 한 사람이라도 사각지대에 방치되면 극복되지 않는다. 국경도, 인종도, 지역도, 빈부도, 이념도, 여야도 가리지 않는다. 전 인류가 함께 이겨내야 할 전 인류의 일이다. 공포와 불안감이 야기하는 원망과 비난,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믿음과 용기, 배려와 동참, 협력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혐오의 언어를 남발하는 사람은 당장 멈춰야 한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 세계의 의료진, 남해군 공무원들과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이겨야 한다. 모두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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