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정상(분화)마늘 단면                       b 멍청이(비분화)마늘 단면(사진은 아래 2018 까리요 나바레떼 논문에서 가져왔음)
a 정상(분화)마늘 단면  b 멍청이(비분화)마늘 단면
(사진은 아래 2018 까리요 나바레떼 논문에서 가져왔음)
경규항 (남해마늘연구소장)
경규항 (남해마늘연구소장)

멍청이마늘은 마늘로서의 값어치가 없는 그야말로 ‘농산물 쓰레기’이므로, 발생 비율이 높으면 마늘재배농가는 그 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그 발생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멍청이마늘은 결구가 미완성이며, 그 속에 알마늘이 생기지 않고 수분이 빠져 마르고 나면 푸석푸석한 스펀지 모양이 되기 때문에(사진 참조) 스펀지마늘이라고 부른다. 학술적으로는 마늘의 발달과정에서 알마늘로의 분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비분화(非分化) 마늘이다. 지금(2월 초) 밭에 자라는 마늘은 아직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어린 미분화(未分化)마늘이므로 뿌리 쪽을 단면으로 자르면 사진 오른 편에 있는 비분화(非分化; 멍청이) 마늘과 동일한 모양이 나타난다. 

미분화(未分化)마늘이 적절하게 분화되면 정상적인 분화(分化)마늘로 자라고, 반대로 분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마늘 밑동이 미분화 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어린 미분화 마늘이나 다 자란 비분화 멍청이마늘이나 마늘 단면의 모양이 동일하다.

기록상으로 보면 국내에서 멍청이마늘 문제가 크게 발생한 적이 세 번 있었다. 전남 무안과 그 인근 지역에서 (1995년에 심어 1996년에 수확한) 1995/1996년 마늘에 그리고 남해에서 2006/2007년과 2012/2013년 마늘에 크게 발생해서 마늘 재배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2013년에 남해군에서 크게 발생했던 멍청이마늘 발생률은 최소 15%에서 최대 40%였다고 한다. 

멍청이마늘 문제가 심각했던 2013년 지역 신문 기사에 따르면 지역의 관계 전문가들은 외지산 '마늘종구의 지역 토착화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당시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농민들도 나름대로 경험과 관찰을 통해 여러 가지 원인을 추정했는데, 기후 조건, 비료의 종류 또는 연작 등을 멍청이마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정 미네랄비료를 써봤더니 멍청이마늘도 없고 다른 장점이 있었다는 이도 있었으나 이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었다. 

두루뭉술한 의견보다는 보다 명확한 멍청이마늘 발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외 학술논문을 샅샅이 뒤져보았는데, 다행히 멍청이마늘의 발생조건을 명시한 학술논문 한 개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논문 연구자들(까리요 나바레떼Carrillo-Navarrete 외 6명 공동저술, 2018)은 마늘을 재배하는 동안 기온이 섭씨 5C 미만으로 내려가는 누적시간이 550시간보다 짧으면 멍청이마늘의 발생률이 높으며, 최악의 경우 수확한 마늘의 50%가 멍청이마늘인 때도 있었다고 한다. 위 논문은 멕시코 한 대학교수가 발표한 논문인데, 그 내용은 겨울 날씨가 따뜻하면 멍청이마늘의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올해(2019/2020)는 겨울 날씨가 유난히 따뜻해서 겨울답지 않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올겨울 남해군 지역의 섭씨 5도 이하로 내려가는 총 누적시간이 너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금년 2020년 5월에 수확하는 마늘에 멍청이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따뜻한 겨울 기후에게 있다. 
그리고 남해군에서 멍청이마늘의 발생문제가 심각했던 2006/2007과 2012/2013년 그해 남해군의 겨울기온이 혹시 다른 해에 비해 더 따뜻하지 않았나 하는 논리적인 추정을 해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데이터를 잘 정리하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하 편집상 참고자료
멕시코 논문 제목; Extraction and characterization of fructans from non-differentiated garlic (Allium sativum L.) and evaluation of its prebiotic effect.  
저자; F. Carrillo-Navarrete, E. Mercado-Silva, D. M. Rivera-Pastrana, G. M. Nava-Morales    
학술지명; Acta Horticulturae 1194:991-998, March 2018 

분화와 비분화
식물은 뿌리, 줄기, 잎, 꽃, 열매로 구성되며, 이러한 잎, 줄기, 뿌리, 구근 등과 같은 기관을 이루는 세포는 처음에는 한 개의 세포에서 출발하지만, 분화(分化)된 조직은 그 모양과 크기가 각각 다르고 담당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이와 같이 식물의 미분화(未分化)된 줄기세포가 특이한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 특이적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분화(分化)라고 한다. 이렇게 특이세포로 분화된 세포는 분열하여 조직과 기관으로 발달한다. 예를 들면 뿌리세포는 세포분열하여 뿌리조직을 이루고 뿌리라는 기관으로 발달한다. 뿌리나 잎 세포로의 세포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비분화(非分化) 마늘이 있다면 뿌리와 잎이 없으니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거나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살지 못하고 죽겠지만, 마늘 알 세포로의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마늘 알이 생기지 않을 뿐 죽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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