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이상미-


야릇하게 젖어드는
수상한
이 고요속에


천년 전
달빛자궁 휘적시며
수청 들던
저 여린
꽃잎들


그 비릿한 피내음
오싹허니
치를 떨고 있는건 아닐런지


-시작노트-
꽃잎 무르익어가는 봄밤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동물이 되고 싶은 식물들,
지천으로 킁킁 암,수컷냄새를 맡는듯 합니다.
봄밤의 기운은 늘 낮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내 옆에 누워자는 권태로울 서방님도
봄밤 만큼은 첫날 밤 같습니다.
춘정은 꽃물처럼 흘러 넘치는 액체같아
이 밤 공연한 죄를 또다시 느낍니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갇혀 버린
활짝 피어보지도 못했던 여린 청춘들.
그들에게  봄밤은 아직 두려움이 아닐런지.
혹여 들킬까 어디선가 숨죽이며 울고 있는건 아닌지.
숨막히는듯한 공포로 이밤이 더욱 고요한건 아닌지
밤새 뒤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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