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촌라이프를 살아보고 싶은 청년들의 초기진입 무대가 되어주는 마을인 ‘팜프라촌’.

두모마을 팜프라 촌에 살고 있는 팜프라 청년들이야말로 요즘 말로 힙스터(Hipster)들이다. 농촌의 힙스터 팜프라답게 시금치(spinach) 판매도 ‘팜프라 매거진’과 ‘팜프라 주간’을 통해 힙하게 해냈다.
남해 두모마을의 제철 농수산물을 읽고 먹는 이야기로 풀어낸 ‘팜프라 매거진’, 그 첫 편으로 ‘시금치’를 주제로 소책자를 발간했다. 팜프라에서 ‘디자이너와 마케터’를 맡고 있는 양애진 씨는 “한겨울에도 푸릇푸릇한 남해 두모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시금치’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두모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생산물은 농협과 도매시장 경매로만 유통이 되고 있어 매번 변동되는 경매가로 인해 농민들은 수확조차 불안한 상황이었다”며 “우리는 마을의 생산물을 지속적이고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해 두모마을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드리고 싶었고, 요리사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시금치 레시피를 활용, 이를 담은 매거진 제작을 통해 유통방식을 차별화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재밌고 맛있는 소비방식을 제공하고자 시작했다”고 했다. 

농사에 바쁜 농민 대신 청년들이 ‘유통’을 고민했다
두모마을 강미라 사무장은 팜프라 청년들에게 묵은 고민을 터놓았다. “시골 사람들이 니네 같은 사람들이 없으면 자기 먹고 살기 바쁘다. 그리고 시골사람들은 했던 것만 하지 새로운 것을 알려주면 또 습득하는 기간이 많이 걸린다. 보고 듣는 건 있어서 말은 하지만 실전으로 옮겨지지 못하는 거지”.

그래서 농사에 바쁜 주민들을 대신해서 팜프라 청년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다 안정적이고, 보다 재밌는 유통방식은 없을까? 얼마 후 두모마을 손대한 이장은 “팜프라촌 옆 땅에 시금치 400평을 너희들이 한번 팔아볼텨?” 그렇게 시작된 팜프라의 프로젝트 2가지가 바로 ‘팜프라 매거진’과 ‘팜프라 주간’이다. 팜프라 매거진은 마을 생산자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요리사로부터 얻은 레시피와 함께 계절의 먹거리를 전달하는 것이고, 팜프라 주간은 소비자가 직접 생산지인 이 시골로 찾아와 즉, 생산지에서 생산자를 만나 함께 수확하고 요리하는 팜투테이블이다. 팜프라 매거진을 신청하면 시금치 2킬로와 함께 매거진(시금치 이야기와 레시피 등이 담긴 소책자), 팜프라촌 포스터 달력과 엽서가 함께 간다. 지난 13일 기준 130명의 신청을 받아 매거진 2쇄 인쇄에 들어갈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팜프라 주간은 지난 12일에 신청받아 진행한 것으로 ‘시금치 수확체험+시금치 매거진+팜투테이블 워크숍’으로 이뤄졌다. 즉 수확 후 요리하는 형태로 점심식사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팜프라촌 유지황 씨는 “다년간의 농사 경험과 세계 농부들을 만나면서 매번 느낀 건 ‘생명을 키워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을분들이 시금치를 자식같이 키우는 모습을 봄 제 가치를 받고 정성스럽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애진씨, 린지씨와 함께 며칠 밤낮을 뛰어다닌 덕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며 “어떤 일을 기획하더라도 저희가 늘 먼저 했던 건 ‘듣기’였고 ‘첫 과정에서부터 함께 참여하기’였다. 이번에도 시금치를 공정한 가격에 잘 팔고 싶어서 어떻게 요리해서 먹으면 좋을지를 요리사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해 먼저 듣게 된 게 좋은 시작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출판디자이너 오린지 씨 또한 “남해는 12월부터 1월까지 시금치 철이라 마을마다 푸르디 푸르다. 그런데 이 푸름속에서 어르신들의 노동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시금치 캐서 친구들에게 보내고, 시금치 레시피도 보내고, 두모마을 이야기도 알릴까?’하는 생각에서 ‘아예 매거진을 만들자’로 판이 커져 버렸다. 밤샘 작업이 이어졌고 이후엔 집중주문으로 시금치 다듬는작업과 택배 작업이 이어졌지만 이 모든 것이 보람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미소지었다.

한편 팜프라의 이러한 혁신적인 구현에 전국각지에서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보내왔다. 지난 13일에는 경남도에서 정재민 농정국장, 류해석 농업정책과장, 진우근 농촌인력복지담당자가 팜프라촌을 방문해 유지황 씨로부터 ‘판타지 촌라이프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인프라, 팜프라’에 대한 발표를 듣고, 시금치 작업현장을 보면서 청년들의 시도에 갈채를 보냈다. 이날 함께한 김미선 청년혁신과장(사진 참조)과 류덕실 남해정착지원팀장은 현장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직접 시금치를 다듬으면서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응원을 보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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