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읍 출신 최우창 향우가 충남 부여에서 폐교된 학교를 이용해 장어를 키운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1월29일 최 향우의 여동생 최우엽씨, 그의 친구 이영순씨와 함께 찾아갔다. 

최우창 향우는 천보생물기술연구소(CIBE) 회장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기술(BT)이 결합된 최첨단 설비로 민물장어를 키우고 있다. 부여의 현장에 도착했을 때 양식장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폐교된 초등학교의 건물형태가 그대로 남아있고, 운동장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잔디밭으로 꾸며져 연구소처럼 느껴졌다.

최 회장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서니 설립 이후 역사가 잘 정리돼 있어 최 회장의 빈틈없고 섬세한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표창장과 특허기술증, 감사패 등과 아시아 최초로 만들어진 민물장어 빅데이터 자료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또 한 번 놀랐다.

최 회장은 “장어양식은 자식을 키우는 일과 똑같다. 온도 등 주변의 미세한 환경변화에도 수확량과 질이 현저하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어려운 일에서 연구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선진국인 네덜란드 인사들과 해양수산부장관 등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최 회장은 천보생물기술연구소(CIBE)를 세계 최초의 민물장어 양식실용교육센터로 키울 꿈을 가지고 있다. 지역민이 사업에 참가 할 수 있는 표준모델을 마련한 후 기술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목표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을 따라 소독을 하고 민물장어 양식장 건물 내에 들어서자 커다란 탱크가 여러 개 보였다. 최 회장은 천보생물기술연구소가 자랑하는 고밀도(집약적) 완전순환 여과 양식시스템(RAS-Tech)과 아직 어려서 사료를 먹지 못하는 장어 치어(실뱀장어) 먹이로 사용되는 미생물 배양장치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장어를 키울 때 발생하는 오폐수를 여과해 재활용하는 순환여과양식시스템(RAS) 덕분에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장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장치를 거쳐 나오는 오니는 퇴비로 사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으니 1석4조”라고 말했다.

교실 벽을 뚫어 길이 70m, 폭 12m의 장어양식장을 마련했다. 수조가 28개나 있었다. 한쪽에선 직원들이 출하를 위해 선별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조에는 수 만마리 장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물살을 이겨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헤엄치다 지친 장어들은 수조 물 높이에 맞춰 설치된 사각 망(스크린)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최 회장은 “장어도 적당히 운동하고 쉬어야 쫄깃하기 때문에 물살을 적당한 유속으로 흘려보낸다”고 말했다.

보통 민물장어 양식장은 비닐하우스로 만든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반적인 모습에 비교해 이곳은 생소하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매입하여 내부를 양식장으로 개조했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기 전까지는 장어 양식장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 그렇다.

폐교를 매입하고 IT와 BT를 활용한 RAS-Tech를 구축하는데 비용이 꽤 들었다. 그동안 50억원쯤 투자했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최 회장은 한국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비록 1차 산업이지만 벤처기업이다. 양식기술 개발을 위해 부설연구소도 세웠고 특허도 여러 건 받았다. 품질과 환경을 인정하는 ISO인증을 받은 것도 천보샘물기술연구소(CIBE)가 국내 최초다.

지난 2010년 65세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낯선 일이 아니어서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1989년부터 내수면 및 해수면 양식과 관련된 무역업을 했다. 이때 RAS-TECH를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다. 그런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차라리 직접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유럽은 이미 50여년 전부터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변환했다. 오수정화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양어장을 하지 못할 정도로 환경규제가 심하다. 지금은 한국도 유럽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한 물고기를 키워야 통할 수 있는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성큼 다가왔다. 그 일을 최 회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다.

▲순환여과시스템(RAS) 기술로 양식하면 좋은 점은?

“믿고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유지비는 기존 양식장의 10% 수준이다. 우리 양식장에서는 물은 40~45톤이고 계약전력은 99kw에 불과하다. 일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우리 양식장은 2교대로 돌아가는데 나를 포함해서 4명이면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치어(백자)를 1년 정도 키우면 성어가 되는데, 최 회장은 연간 65~70톤쯤 생산하며 매출액은 연간 수 억원에 이른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규모를 더 키울 생각이다. 앞으로 경기도와 충청도에 RAS-Tech를 활용한 양식장을 세울 계획이다. 최 회장은 장어를 양식하고 부인이 이곳의 장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식당 ‘e-민물장어하우스’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반응은?
“우리 e-민물장어는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좋아한다. 무균시스템으로 양식되어 다른 민물장어와 달리 쫄깃쫄깃 하면서 육질도 부드럽다. 느끼하지 않고 입맛을 돋우는 완전 웰빙식품이다. 특히 RAS-Tech 방식으로 양식장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어떤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한국과 부여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어 마니아들이 많은 일본 진출도 생각하나?
“이미 일본에 수출한 경험이 있으며 아직 국내에 공급하기에도 생산량이 부족하다. 좀 더 생산 규모를 늘린 뒤에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 양식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나 법인에 양식업허가를 내어주어야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내수면 어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 각국은 첨단양식사업을 앞 다투어 지원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최첨단기술을 접목한 양식이 보편화 되지 않았지만 결국 이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적극 나서야 하며 젊은이들이 양식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숙사와 강의실까지 갖춘 선진형 실용교육(PTC+) 전문기관을 만들 계획이다. 만약 향우들 중에 미래농어업에 뜻을 같이할 분은 언제라도 연락과 방문 바란다.” 최 회장은 기독교인이라 “하나님의 뜻이라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변화하는 데 두려워하지 말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국제적인 실용교육학교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마다 양식장과 ‘e-민물장어하우스’의 브랜드를 설립하는 계획도 하고 있다. 
취재를 하고 ‘e-민물장어하우스’에서 담백하고 고소한 장어를 먹었다. 한국에서 오직 하나뿐인 장어의 맛을 체험하고 정말 애국심이 강한 분이라 느끼며 서울행 버스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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