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자 맞춤 선물 바다소포
▶ 사연자 맞춤 선물 바다소포
▶바다소포 안의 내용물
▶바다소포 안의 내용물

사실 이 젊은 부부가 미치도록 부러웠다. 내가 만일 그였다면 과연 7급 공무원증을 버릴 수 있었을까? 내가 만일 그녀였다면 홀연 ‘소속’을 버리고 텅 빈 자유를 택할 수 있었을까. 1985년생 이준민과 무려 1990년생 권진영(사진) 두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뒤돌아보면 이들을 처음 만난 것부터가 뭔가 판타지스럽다. ‘판타지 촌라이프를 위한 청년마을 팜프라촌’. 두모마을 양아분교에 자리한 이곳에서 일종의 시즌 종료 파티인 ‘두모큰잔치’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던 것. 남해 오기 전 준민은 7급 국가직 공무원으로 노동부에서 일을 했었다고 한다. 약 3년 6개월간 근무하는 동안 업무량이 많아 거의 18시간씩 일을 했다고 한다.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하고도 떠나기 직전까지도 퇴근 시간이 밤 11시였으니 업무에 압사당할 지경이었다는 게 실감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출이나 휴직 등 다른 타협안을 찾을 수도 있었을 법도 한데 누군가가 보기엔 어쩌면 무모해 보이거나 후회할지도 모를 퇴사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준민은 “살고 싶었다. 이런 삶 말고 다른 삶의 영역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일 외에 다른 걸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출 하려 해도 노동부 자체가 기피부서여서 누군가가 와야 나와 바꿔줄 수 있는 구조인데다 그조차 미루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돼 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또 업무 자체가 노동에 대해 분쟁을 겪고 있는 이에 대한 조사다 보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거의 없었다. 누가 됐든 ‘분쟁’상황이니 한쪽은 지는 상황이니 진 사람은 기분 나빠하고 내게 항의하는 상황이다. 끊임없이 전화는 오고 일은 일대로 하면서 욕은 욕 대로 먹으니 스스로 싸움닭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견뎌내야 하는가에 대한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의 삶이란

사회에 필요한 공간과 틈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을 동료들과 창업을 했던 진영. ‘스타트업’ 청년 기업을 운영하면서 처음으로 가치관의 충돌을 느꼈다. 성장과 축적을 지향하는 회사, 정작 본인은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며 적게 쓰는 지속가능한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 그러던 중 허리를 삐끗 다치는 바람에 ‘건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녀는 퇴사를 결정했다. 두 청춘은 8월 17일 팜프라에 입주하게 되었고 11월 30일까지 팜프라 시즌을 완료하고 ‘남해에 더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을 찾던 중 운 좋게 두모마을 ‘귀촌인의 집’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시골살이 장소가 굳이 남해여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남해여서 좋은 것도 분명있다”며 “그 옛날 요동땅에 살던 고구려인의 기개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실제 자연과 풍경을 넘어서서 그곳이 주는 어떤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점에서 우리가 사는 두모마을이 정말 좋았다. 우리 뒤는 금산이 턱 지켜주고, 집 앞을 몇 발자국 걸어나가면 바다다. 어딜 가도 자연 속에 놓여있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특히 마을의 당산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있으면 우울도 없어지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같은 시골이라 할지라도 환경적으로 남해만한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열심히만 사는 삶 대신

낭비 없이 살았다. 준민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특정시간의 낭비 없이 뭐든지 열심히, 여유 없이, 뒤처지지 말자라는 생각과 나 자신을 개발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20대를 꽉 채웠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되고서야 드는 건 ‘급한 마음’, ‘그 갈급함’이 삶을 갉아먹었던 것 아닐까 하는 것. 예전엔 뭐든지 목표를 두고 행했다면, 지금의 그는 ‘해볼까?’ 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찬찬히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생전 처음 예초기도 돌려보고 몰랐던 작물을 심어보고, 안 만져본 공구를 만져보는 경험이 새로웠다. 기존의 나라면 안 했을 일이다. 기존의 나는 생존과 관련된 것, 경제적인 것에만 집중해왔다. 그랬기에 암만 소설책이 재밌어도 안 읽었다. 직업 갖기에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은 배제해왔다. 이제 여기서는 반대다. 돈이 안 될 것 같지만 해보고 싶다면 다 해보고 싶다. 돈과 거리가 먼 이 작업이 궁극엔 무언가를 벌어들이는 게 될지 모른다”며 싱긋 웃는다.

현재 이들은 잃어버린 저녁을 찾았고 부부의 식탁을 찾았다. 지역의 식재료로 가능한 즐겁게 차려 식사를 나누고, 삶의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특히 진영은 지금을 ‘내공을 쌓는 시간’이라 명명하며 ‘즐겁게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중이다. 그 하나의 콘텐츠로 ‘바다소포(사진)’가 있다. 사연을 받아 사연에 맞는 ‘남해판 종합선물세트’를 구성해서 보내주는 일이다. 이 외에도 바닷가에서 구한 재료로 모빌을 만들기를 하는 등 본인의 30대 자체를 큰돈 들이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들 청춘 부부의 남해살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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