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새해가 밝았습니다.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이란 늘 그럴 듯이 새롭고 신선하기만 합니다. 불과 몇 시간을 사이로 지난해와 오는 해가 교차하는 가운데 신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바다와 산으로 인파가 몰리는 것도 이 새로움이 주는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희망,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을 담금질하며 한층 더 성숙한 발전을 다짐하는 내면의 약속입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움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만약 우리가 새해를 맞이하고서야 새로움을 담아낼 방식이라면 과연 올바른 방식이라 할 수 있는가? 반드시 처음, 첫 번째, 첫해, 첫 달, 첫 주가 상징하는 의미보다 오히려 시간이나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평소의 의지나 신념을 중심으로 새로움을 담아낼 요령이라면 그 진정성이 더욱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숙지해본다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 그리고 순간마다 펼쳐지는 경험에 대해 깊이 통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은 무엇이며 공간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시간과 공간이 주는 의미에서 많다, 적다, 길다, 넓다, 짧다, 빠르다, 늦다 등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이런 연유로 인하여 운명과도 같은 오늘이 시간에 쫓겨, 공간에 잠식당해 자신의 면모를 올곧게 펼칠 기회를 상실하였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사실 시간은 늘 같은 패턴으로 이어질 일상에서 명분 있게 자리할 속성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약속된 의미로서 담아 놓은 하나의 질서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질서에 따라 중복되는 일을 피하기도하고 사시(四時)의 차례나 절기를 직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분초를 다투는 사안에서 시간의 기준을 선점함으로써 위기나 위험한 사례를 예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이 아무리 인간 생활을 인위적으로 리더 한다고 하여도 실체적 본성에 부합할 요건에 완벽히 충족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시간에 종속된 삶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넘어 경험의 소산을 귀하게 여기는 것도 이러한 까닭입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인과가 서로 연결되어 형성되듯이 이 순간의 경험이란 우주 대자연의 탄생과 최초 인류의 시원 그리고 생명의 시초로부터 이어진 삶이 최종으로 연결 반영된 가장 아름답고 진지한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행위의 실마리가 될 이 순간의 의미를 ‘첫 번째, 처음’이라는 개념으로 인지하기보다 순간마다 경험을 절정에 이르도록 다짐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생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무엇보다도 순간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 진지하게, 더욱 차분하게, 더욱 경이롭게 모든 경험에 내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묶어 오로지 현재의 경험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 밥 먹는 일에 집중하고, 말을 할 때 말하는 데 집중하고 걸어갈 때 걷는 행위에 집중하고 어디를 가거나 올 때 오고 가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시간과 공간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경험이 절정에 이를 때라야 시간과 공간도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순간의 경험을 절정에 이르도록 하라, 이 순간에 더욱 몰입함으로써 다음 행동은 더욱더 깊어지고 생각은 한층 더 높은 의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순간 내가 머무르는 곳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흩트릴 수도 없는 나만의 고유 영역입니다. 내 몸과 마음을 형성하는 기운의 입자와 통하고 양(養)하는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터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절정에 이를 감각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몸과 마음과 본성을 하나로 잇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수행입니다. 

만약 이 순간을 놓쳐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한다 해도 지금 이 순간보다 더 귀하고 아름다운 순간은 오지 않습니다. 생애 최초요 최후이며 우주 전체와 하나로 닿은 가장 극적인 순간, 경험이 절정에 달하는 정말 엄숙한 순간입니다. 이 극적인 순간에 머무를 용기 이 이상 더 무엇이 우리를 새롭게 할 가치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이 순간에 새로움에 감사해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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