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에서는 ‘사람책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지난 8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총 5회 진행해왔다. ‘사람책’이란 사람이 직접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 문제와 관심사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우물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되어왔다.

첫 번째 사람책 시간을 열어준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마지막 ‘사람책’ 시간을 열어준 이는 상주 두모마을의 ‘팜프라촌’의 유지황, 양애진, 오린지<사진 왼쪽부터> 세 청년들이었다. 먼저 안병주 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은 “요즘 참 핫한 청년들이죠? 유지황 씨와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양애진 씨, 기록물 등 책을 만드는 오린지 씨를 소개한다”며 “오늘 주제는 두모마을에서 실험한 2019팜프라촌 이야기와 청년들이 꿈꾸는 마을과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주 발표자로 나선 유지황 씨는 “우선 팜프라촌까지 오는 데 개인적으로 7년이나 걸렸다. 작년 5월부터 약 1년간 준비해 올해 봄 팜프라촌을 두모마을에서 진행해왔다. 우선 팜프라는 농촌을 상징하는 팜과 기반인 인프라의 합성어로 농촌에 기반을 만들겠다, 농촌에 사는 라이프스타일의 판타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 살던 청년들이 별도의 기반 없이도 촌라이프를 무리 없이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고, 결국은 한 사람의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의 문제”라는 유지황 씨는 “이집트 배낭여행에서 주차돼 있는 자동차 아래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을 보며 처음으로 기아, 가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전까지는 타인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본 적 없던, 그저 분노하던 청년에 불과했다. 그런데 차 밑에서 자는 아이들을 보며 ‘불평등’이라는 키워드가 가슴에 박혔다.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까? 막연하지만 처음으로 물음표를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이탈리아, 호주 등의 농업세계여행을 통해 배운 점을 공유했다.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농사와 농업이 완전히 다름을 처음으로 깨닫고 농사를 짓기 위한 모든 제반, 시스템을 아우르는 ‘농업’에 눈을 떴다. 또 굳이 농사를 짓기 않아도 연간 6천만원이 돈이 농촌에 사는 청년들에게 지원되는 걸 보고 충격과 죄책감에 젖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 어른이 하신 말씀이 ‘20-40세 청년들에게 지금 잘 투자해놔야 나라의 위아래가 잘 안정적인 상태가 되기에 그런 지원에 아끼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어른에게서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또 호주 크리스탈 워터스에서는 ‘개인이 우선이며 그 다음이 단체라는 것, 동물이 살기 좋은 곳은 인간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명제를 체험할 수 있는 ‘생태공동체’를 배웠으며 인도의 에코빌리지 교육을 통해 ‘팜프라’구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황씨는 “인도에서 내면을 살피는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전 생애의 감정기억을 꼼꼼히 적어가면서 스스로 마주하는 작업을 했는데 나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며 “개인적으로 저는 분노가 많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제 개인의 탓, 경제적으로 무능한 부모의 탓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내야만 하는구나, 이집트의 저 아이들도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끝으로 “팜프라는 농업법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팜프라촌은 마을 안의 청년마을이자 일종의 학교 같은 곳이다.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일종의 완충지, 피난처, 울타리같은 곳이라 생각하시면 된다. 이번 시즌1은 무사히 끝이 났고 내년 2, 3월즈음 시즌2로 같이 촌라이프를 할 청년들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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