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초겨울, 실개천이 내려다보이는 터 넓은 마을 한 가운데 큰 나무에선 까치 떼 울음소리 아득하다. 

춥지만 햇살 맑은 어느 날 아침, 어머니는 소금물에 재워두었던 배추들을 꺼내신다. 보기에도 매운 빠알간 김장양념을 소금기 머금은 배추 구석구석 골고루 입히신다. 김장품앗이 오신 이웃 아주머니들도 동그랗게 둘러 앉아 함께 김장양념을 입힌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놈, 맛있어 보여 김장 한 가닥 죽 찢어 입에 욱여넣다가 “윽, 매워~”. “아고, 이놈아”라며 아들놈 손등을 치던 어머니는 김장 한쪽 떼어 당신의 입으로 매운 양념을 발라낸 후 아들에게 건넨다. 오물오물. “맛있다”    

연말을 맞아 남해읍ㆍ삼동면ㆍ서면ㆍ고현면ㆍ미조면의 새마을 남녀지도자 협의회, 공무원 노조 등 단체들이 김장을 만들어 이웃에 전했다. 설천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김장김치 40포기를 만들어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전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 이웃간 사랑과 정을 나누는 모습에서 맛있는 김장김치 그 너머의 아름다운 감칠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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