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년전 미조 송정마을의 방풍림으로 조성된 송정 해수욕장 송림숲. 송정 송림은 한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던 송림이 모래로 인한 서식지 변화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남해군은 예산과 관리인력부족만 외치며 피해를 알면서도 방제작업을 하지 않아 소나무 고사목의 피해가 매년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편집자 주>

송정 송림의 어제...

송정 해수욕장과 어우러져 자연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 나무를 심어 심하게 부는 바람을 막고자 했던 선조들이 지혜로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준 소중한 유산 송정 송림. 나이는 대략 150살∼200살 정도.

1982년 천연자연보호림으로 지정돼 남해군에 관리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1.2헥타르, 현재 1371본의 소나무가 식생하고 있다. 처음 천연자연보호림으로 지정될 쯤에는 487본이었던 소나무가 지금은 3배 가량 늘어나 있는 것이 이 곳 송림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주민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나무 서식지에 모래가 쌓이면서 생육장해에 영향을 받아 말라죽어 가며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송정 송림의 오늘...
매년 이맘때면 소나무의 송화가루가 온 마을을 덮어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지난해부터 송화가루도 전혀 날리지 않고 사시사철 푸른 잎들이 누렇게 변하면서 말라죽는 소나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남해군과 송정마을 주민들은 거름을 주고 방제약도 투여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등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현재 총 1371본의 소나무 가운데 100여본이 넘는 소나무가 피해를 입고 있어 주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송정마을 김동현 번영회장은 “마을 자체적으로도 거름도 주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상태는 계속 나빠지고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저 바라만 봐야하니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죽은 소나무 보는 것이 부모님의 죽음만큼이나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2년새 송정 송림이 갑자기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해수욕장에서 날아오는 모래 때문이라는 것.

남해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는 “매년 해수욕장으로부터 날아오는 모래가 소나무 서식지의 토양 자체를 변화시켜 지반이 약화되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며 “병에 의한 피해보다 토질이 변해 생육장애를 입어 노화로 죽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해군이 알면서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근본적인 정비사업을 세우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방제작업만 했다.

지난해 상주 송림과 송정 송림은 병충해를 앓았고 예산부족으로 상주 송림에만 제대로 정비작업을 하고 송정 송림에는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을 정해 자연석 쌓기 사업만 추진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피해 확산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예산말고도 전문인력과 관리인력 부재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병충해로 인해 피해 입고 있는 나무들의 피해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또 몇 안되는 담당공무원들이 소나무재선충 방제, 산불진화 등의 가중한 업무로 맡고 있어 당장 눈앞에 처해 있는 일 처리에 급급해 피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도 큰 문제로 작용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송정 송림의 내일...
남해군은 송정 송림의 고사목과 쇠약목 발생 원인 등 종합적이고 정확한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일 (주) 한백산림환경에 조사의뢰를 요청했다.

이번 조사는 소나무의 입지환경, 토양의 물리 및 화학적 특성, 식생, 해충, 해송 활력도 등을 조사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송정해수욕장 개장 전에 방제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송정 송림 해안숲 정비는 상주 송림에 비해 나무 밀도가 높아 장비 투입이 어려워 작업이 힘든 점이 많아 예산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아직 이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도 해놓지 못한 실정인데 과연 남해군이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이 송정 송림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