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보다 먼저 혼례식을 올린 아들ㆍ딸들이 죄스러움에 목이 메었다. 드러내 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죄스럽고 미안한 생각에 눈시울이 불거진다. 자식들의 마음은 이내 서러움으로 멍울진다. 양 가 어느 집 자식인들 그렇지 않았으랴. 

팔순을 훌쩍 넘긴 최원도(82)ㆍ이미금(80) 부부와 최장웅(77)ㆍ강돌점(69) 부부는 그동안 자식들 키우고 출가시키느라 자신들을 챙기지 못한 채 혼례도 잊고 바쁘게 살다가 황혼을 맞았다. 

이 두 쌍의 만혼(晩婚)을 위한 ‘황혼의 연지곤지’ 혼례식이 바르게살기운동 경상남도협의회 주최, 남해군협의회가 주관한 가운데 지난 6일 남해향교 명륜당 뜨락에서 양가의 가족과 친지, 이웃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할아버지ㆍ할머니는 이미 귀천(歸天)하셔서 납채ㆍ납폐ㆍ전안할 수 없지만 우리 어머니 족두리ㆍ용잠(龍簪, 비녀)은 선녀같고 입가 주름에도 입술은 더욱 붉으며 한복아래 받혀 신는 당혜(唐鞋, 신발)는 그림같이 아름답더이다. 아버지 차려입으신 신랑 사모관대는 가을 해살에 찬란히 빛나고 옥색 단령포를 입어 용같이 늠름했습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