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결국 다루는 건,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지 보여주죠. 사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거든요. 그래서 표면적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게 쉬운 게 아니죠. 인생이 단순치 않다는 것, 인간에게는 아주 복잡한 경로와 복잡한 내면이 있다는 걸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만나게 돼요”

소설 ‘재와 빨강’과 ‘홀’로 잘 알려진 소설가 편혜영이 남해를 찾았다. 지난달 28일, 화전도서관 1층 다목적홀에서 ‘우리는 왜 소설을 읽을까’라는 주제로 독서 강연을 가진 것.
이날 편혜영 소설가는 아프리카 소수부족의 언어 이야기로 운을 뗐다. 그녀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먼저 하고 싶다. 연세가 많은 선배가 해외 봉사로 아프리카 소수부족을 찾았다. 당시 먼 길을 와준 봉사단에게 족장이 4단계의 통역을 거쳐 건넨 인사말이 ‘고맙다’가 아니라 ‘기특하다’ 였다고 한다. 이에 하대당한 것 같아 꽤 서운해했었다고. 그런데 나중에 듣고 보니 워낙 자립심이 강한 민족이다 보니 ‘고맙다’는 말 자체가 언어에 없고 ‘기특하다’가 최고의 찬사였다고 하더라. 이를 들으며 ‘고맙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똑같이 고맙다고 느끼는 걸 표현하지만 언어체계가 다른 데서 오해가 생길 수 있겠구나. 언어가 다른 거지 마음이 다른 건 아니구나, 재차 고맙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고마워도 고맙다는 말을 안 하는 이도 있겠구나 등등 숱한 ‘고맙다’의 상황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들려줬다.

이어 그녀는 존 윌리엄스가 쓴 ‘스토너’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인 ‘스토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소설의 세계로 이끌었다. 
편혜영 소설가는 “이 소설은 별 의지 없이 입학한 농업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처음 접한 스토너의 그 후의 선택과 그로 인해 남은 나날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나타나 있다. 늘 보던 풍경이, 평소엔 당연하다 여겼던 일들이, 문학적 감동을 느낀 뒤에는 일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질문이 생긴다. 인간은 익숙한 것에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낯설게 보이면 질문이 생긴다. 이로써 스토너는 비로소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후로 스토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된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1세대 문학평론가인 김현의 표현인 “모든 유용한 것은 그 유용성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만, 문학은 무용하므로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대신 억압하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는 걸 보여주며 “이를테면 우리가 받는 ‘월급’은 유용하기 때문에 유용성에 맞춰 자기 삶을 바꿔야 하므로 인간을 억압하는 무엇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용한’ 문학은 단지 질문만 던질 뿐이다. 정신적으로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게 문학이며,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언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플로베르가 쓴 ‘마담 보바리’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예로 들어 “그저 불륜 이야기라 덮어둘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살펴보면 의외의 것을 발견한다. 불륜이 글의 목적이 아니라 보바리 부인의 불륜을 부추기는 자본주의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무료한 삶에 지쳐있던 보바리 부인에게 끊임없이 사치품을 보여주며 곁에서 ‘나중에 갚아도 된다’며 속삭이는 목소리의 실체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르지 않다. 인간이 자본주의, 물신주의와 만나면 어떻게 타락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보바리 부인에 대한 연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안나가 처음부터 자살을 염두하고 기차역에 간 게 아니다. 안나는 단지 애인을 만나러 갔던 것이다. 그런데 선로에서 주마등처럼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허망하다 느끼고 이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이처럼 소설은 세속에서 말하는 인격 평가와는 전혀 다른 걸 이야기하는 장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녀는 “세상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러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는 회의와 상상력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낯설게 보고, 회의하고 상상을 해보며 질문해 볼 때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는 자유로운 인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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