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다리에 살이 찌는 것을 한탄하다.’ 별로 하는 일이 없이 허송 세월을 하면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삼국지(三國志) 촉서(蜀書) 선주전(先主傳)에 나오며, 비육부생(髀肉復生)이라고도 한다.
중국 한(漢)나라 왕실의 부흥이라는 꿈을 가진 유비(劉備)는 관우(關羽) 장비(張飛)와 함께 도원결의(桃園結義: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다.본지18.12.7보도)를 맺고 군사를 일으켰다.
하지만 유비는 힘이 미약하여 조조(曹操)와 싸워 크게 패하고 말았다. 갈 곳 없는 유비는 형주(荊州)지사 유표(劉表)에게 의지한다. 유표는 유비에게 병사를 주어 신야(新野)라는 성(城)하나를 맡기게 된다.
그런데 형주 지역의 많은 인재(人才)들이 유비에게 모여들자 유표는 유비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표가 그의 후계자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여 유비를 부른다. 유비는 장자(長子)가 아닌 다른 아들을 후계자로 정하는데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면서 이렇게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게 된다. 
유비는 그곳에서 살이 두둑이 올라온 넓적다리를 보고, 순간 슬픔에 잠겨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워 눈물을 흘린다.
유비가 자리에 들어오자 유비의 얼굴을 본 유표가 “얼굴에 눈물 흔적이 있는데 무슨 일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깊이 탄식하며 “지난날 몸이 하루도 말 안장을 떠난 적이 없어 넓적다리에 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는데 요즈음은 말을 타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많이 붙었습니다. 말을 타고 전장(戰場)을 누빈 지가 오래됐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무런 공도 쌓지 못한 채로 허송세월(虛送歲月)을 보내는 사이, 몸마저 늙으니 마음이 서러워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
원래 중국에는 두 개의 잠재적인 천하(天下)가 있었다. 황허(황하黃河)강 일대의 세력과 양쯔(양자揚子)강 일대의 세력이다.
첫 번째 천하는 한(漢)제국 황실이다. 조조는 사실상 지배자이면서도 끝내 스스로 황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황제를 모시고 다닌다. 존재감 없는 황제를 조조가 떠받는 이유는 황제가 상징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천하는 양쯔강 일대에 있다. 북쪽이 유목민의 지배를 받으면 중국인들은 남쪽에 도읍을 정하고 제국을 꾸리곤 했다.
유비에게는 천하를 세울 세계가 없다. 다른 사람의 차지다. 천하를 온전히 빼앗으려는 목표를 향해 ‘도원결의’를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에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만 것이다.
이에 제갈량(諸葛亮)은 “남이 깔고 앉은 세계를 빼앗으려고 하지 말고 새로 하나 만들어서 지배하면 되지 않겠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기가 막힌 대목이다. 차라리 다른 세계를 만들자. 천하가 아닌 곳으로 가서 새 세계 하나를 지어내자는 것이다.
꿈은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비도 큰 뜻을 품었지만 처지는 녹록지 않았다.
유비가 유표에게 말한 것처럼 언제나 몸이 말안장을 떠나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붙을 틈이 없었다. 
무심코 자신의 넓적다리를 본 유비는 오랜 세월 놀고 먹기만 한 탓에 허벅지가 굵어져 있고, 머잖아 늙음이 닥쳐 한때 천하를 꿈꾸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영혼은 허(虛)해지고 육체는 무거워진 것이다.
후회와 각오, 희망과 절망은 모두 내게서 말미암는다. ‘비육(髀肉)’은 유비 자신을 돌아보게 한 자극, 스스로를 다잡게한 촉매다. 유비는 살이 붙은 자신의 넓적다리를 보며 다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
깨닫지 못하면 늘 그 자리다.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쓰지 않으면 머리가 탁해진다. 늘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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