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시20수를 쓴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은 조선중기 문신이며 서예가이다. 인조7년 숙종37년(1711)에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자는 운로雲路 호는 약천藥泉이고 의령宜寧인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시조로 유명하다. 이 영유시 20수를 서현 신갑남 서예작가의 필체로 만나본다.  

‘둔재시화遯齋詩話’에 이르기를, “무릇 매화를 읊을 때에는 대부분 백색을 읊으나, 형공의 시에는 홀로 ‘황금의 수염 흔드니 위태로워 떨어지려 하고 꼭지에 붉은 납이 맺혔으니, 공교하게 단장하였네’ 하였는 바 조어가 교묘하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말했다고 이를 만하다”하였다. 지금 유자는 그 열매가 소중할 뿐만 아니라, 그 나무 또한 칭찬할 만한 점이 많은데, 열매에 가려서 사람들이 나무에 대해 말하는 자가 없다. 이에 부질없이 또 매화를 읊은 형공을 흉내내니, 비록 문장의 묘함은 그만 못하나, 또한 단지 물건을 형용하는 것으로 재주를 삼으려 하지는 않는다.

(울울성림만색지) 유자나무 울창하게 숲을 이루어 늦도록 푸르르니
(녹운위엽벽동피) 푸른 구름 잎이 되고 벽동이 껍질이 되었네
(자다불허래충조) 가시가 많으니 벌레와 새들 오지 못하고
(수구환웅련골기) 오래 사니 응당 뼈와 살 단련되었으리라
(담소화여문소상) 담박한 꽃은 문이 적은 재상과 같고
(견정지비절고사) 곧은 가지는 절개 높은 스승에 견줄 수 있네
(갱련고죽상인근) 더욱 사랑스러운 것은 내나무와 서로 이웃하여
(일체청청관사시) 일체로 사시사철 푸르른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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