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독자기고ㅣ경규항 (재)남해마늘연구소장 이학박사
ㅣ독자기고ㅣ경규항 (재)남해마늘연구소장 이학박사
  • 남해신문
  • 승인 2019.11.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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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마늘연구소’ 1년을 돌아보며(1)
경규항 (재)남해마늘연구소장 이학박사
경규항 (재)남해마늘연구소장 이학박사

30년 이상 마늘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연구자이자 교수였지만 남해에 들어와 남해마늘연구소장으로 일한 지 1년이 된 경규항 남해마늘연구소장이 지난 1년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남해 마늘산업과 관련된 마늘연구소의 주요 업무와 개선점 등에 대해 생각했던 바를 글로 보냈다. 남해마늘 반점 문제, 마늘농가의 다양한 요구들에 대한 남해마늘연구소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해 들어 보는 기회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본지는 분량이 많은 이 기고글을 두 차례로 나눠 보도한다. - 편집자 주- 

남해살이 1년. 지난 해 남해마늘연구소 소장 임명장을 받은 날(2018년 11월 19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나간 세월은 쏜살같이 빠르다고 했는데, 정말 눈 깜빡할 사이였다. 
내가 대학에 근무하는 이삼십년 동안 마늘연구를 했었기 때문에, 퇴직 후에 추가로 마늘연구를 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남해에 왔다. 새로 부임해온 연구소장을 바라보는 군민들의 생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인 듯 했다. 즉, 한편으로는 연구소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그래봤자(소장 한명 데려와 봤자) 근본적으로 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혼재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남해 생활은 평온하고 자연친화적이어서, 분주하고 복잡한 도시 생활에 찌든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문만 열고 나가면 공기 맑고 푸른 대(大)공원이고, 남해군 전체가 자연공원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며,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공기는 맑고 기후는 온화하다. 서울 수도권에 사는 지인들 중에는 나의 남해 생활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남해를 동경하고 와보고 싶어한다. 실제로 2019년 10월까지 남해에 있는 나나 우리 부부를 만나기 위해 남해를 방문한 사람들이 족히 60명은 넘는다.

마늘연구소의 현주소와 지향할 방향

남해마늘연구소는 설립 당시부터 연구사업의 범위를 <마늘의 가공>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다른 한 편에는 (가공만 고집하지 말고) 마늘의 재배 유통 등 전반에 대해 연구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남해마늘연구소가 마늘 가공 연구를 수행해서 남해마늘과 연구소의 명성을 드높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남해마늘연구소는 기본적으로 남해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연구소가 (마늘재배나 유통상의 문제점은 연구대상이 아니고) 마늘의 가공분야만을 연구한다고 천명하고 10년이 지나갔지만, 신기하게도 지역에서 연구소 활동과 성과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분들이 바로 이 지역에서 마늘가공사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 이유는 뭘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연구 성과가 마늘가공사업자들의 기대수준을 맞춰주지 못한 것이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추정을 해본다.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은 대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전문 고등교육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학위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술적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들과 사업자들과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사업자들은 사업의 흥망성쇠가 자신의 행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나 깨나 좋은 제품 개발에 노심초사이지만, 날짜가 되면 통장에 또박또박 월급이 들어오는 연구원들은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금년이 남해마늘연구소 설립 11년째이고 내년 2020년에는 12년째가 되지만, (죄송하게도) 마늘 이용을 확산시키거나 남해마늘의 우수성을 자랑할 만한 쾌거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현직 연구소 소장이 그렇게 말하기에는 민망한 얘기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제품의 개발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고도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어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11년째의 마지막 한 해인 2019년에는 내가 소장으로 있으면서 지나간 1년이니 내 책임이 없지는 않다.

우리 연구소는 기초 연구도 하지만, 소비자 제품을 개발해서 생산 판매한다. 우리 연구소 제품처럼 식품과학 공부를 한 연구원이 좋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실제 상황에서는 영양가 높고 과학적으로 좋은 제품이 판매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눈과 손이 머무르는 제품이 성공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인력과 시스템에 제한이 있는 남해마늘연구소가 소비자용 최종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성공판매를 해서 이익을 창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당해 연도 실적 하나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재고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늘연구소에서 소비자 제품개발이 100% 불가능하니 도전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라면 언제나 승부할 수 있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실적 채우기에 대한 의견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소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기관) 평가와 연구원(개인)의 업무 수행 평가를 하는데, 이 업무 수행 평가가 오히려 연구의 효율을 낮추는 역작용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구란 미래지향적 무한가치 창출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정진해야 하는데, 연간 실적 목표치를 숫자로 정해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라고 하면 연구자는 결과가 뻔한 (연구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손쉬운 단기목표를 세우게 된다. 

이것은 연구소 자체와 연구원 개인을 보호하는 데는 좋은 방법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시간과 자원의 낭비이다. 실적 (단기)평가제도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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