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나무 한 그루가 죽고, 마지막 남은 강까지 모두 오염되고 마지막 한 마리의 물고기까지 다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는 돈으로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는 어느 아메리카 원주민의 말이다. 한해를 계획하는 노트 첫 장에 적힌 이 구절을 읽으면서 돈으로만 살 수 없음을 생각한다. 환경과 생명이 그러할 것이다.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천혜의 관광지인 ‘남해군’이 그러하고 남해군을 둘러싼 마늘, 시금치, 멸치 등 생의 바탕이 되는 ‘1차산업’이 그러하고, 남해군과 1차산업을 아우르고 연결시켜 내는 삶의 배경인 ‘문화관광’이 바로 그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20일, 남해마늘연구소 강당에서 열린 ‘남해관광축제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돈으로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본인 스스로를 축제디자이너 ‘감성감자’라 일컫는 신현식 한라대 겸임교수, 주민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마을 축제에 대해 강조한 경북대 김용대 교수, 창선면 향우라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함이 전해졌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성진 선임연구위원, 대학 강단과 행정업무를 거쳐 주식회사 레드기획을 연 서성용 대표, 이웃 순천시에서 온 순천만큼이나 남해를 사랑하며 실현 가능한 유쾌한 상상의 힘을 전달해준 모세환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대표, 최근 남해군 곳곳을 누비며 관광의 기운으로 재생을 북돋우는 박철범 남해도시재생센터장, 끝으로 깔끔한 요약과 진행으로 좌장을 맡아준 이병윤 경남도립남해대학교수. 이렇듯 면면만 보아도 어마어마한 7명의 전문가가 13개의 축제가 공존하는 남해군의 현황을 점검하고, 축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우리가 왜 축제를 행하는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거의 4시간 가까운 마라톤 세미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군민 틈 속에 김종숙, 하복만, 정영란, 정현옥 군의원 등 다수의 군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높은 관심과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 장충남 군수는 “남해지역에 분포돼 있는 1차산업의 앞날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점차 고령화되다 보니 특산물 생산 자체보다는 관광과 연계할  때 남해 미래가 있다고 여겨진다. 오늘 이 자리가 지역의 미래를 밝히고 지속성을 찾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축제는 지역에 사람을 연결시키는 핏줄

축제를 통한 지역 활성화 전략이란 주제로 강연한 신현식 한라대 교수는 “축제는 인간이 시대의 가치를 담는 문화적 생명체다. 축제는 단순히 경영의 대상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축제, 축제 생태계 구축은 그 시대 사회와 사람을 디자인 하는 것”이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신현식 교수는 “축제의 근본은 인간+공간+시간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장소는 축제를 열 때만 행하는 임시거처여선 안된다. 축제의 장소는 명소화해서 4계절 관광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쉽게 예를 들어 ‘첫 키스’ 같은 것이다. 첫 키스를 한 장소와 그 사람에 대한 추억으로 두 번 세 번 찾듯, 축제장소는 애착형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지역주민들 역시 축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주반딧불축제의 총감독 경험을 풀어놨다. 신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테마를 고민하다 ‘이제는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에서 착안했다. 환경이 필수가 된 시대, ‘산골생태’를 키워드로 잡아 산골생태문화도시 무주군 컨셉으로, 20년을 내다보고 숲속에 무주읍이 들어간 느낌으로 축제공간부터 숲으로, 나무로, 식물로 하나씩 바꿔 가는 것이다. 무주읍을 관광의 거점으로 두고 반딧불은 다슬기를 먹고 사니까 하천이 중요하다. 남대천 생태하천 복원과 친수공간을 만들어 지역주민이 하천에 들어갈 수 있을만큼 변화시켜 자연과 공생하는 무주군이라는 장기 목표로 뛰었다”고 설명해 큰 호응을 끌어냈다. 

7명의 전문가가 남해의 대표축제에 놓인 문제를 두고 벌인 종합토론에서는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모세환 대표의 유쾌하고도 설득력 있는 촌철살인이 인상 깊었다. 
모세환 대표는 말했다. “(맥주축제 장기 비전 측면)제가 하는 일이 상상이라 제 상상을 말씀드리겠다. 맥주축제를 마치고 얼마간의 수익이 나서 군내 고교생 몇 명을 방학을 이용해 독일로 ‘수제맥주만들기’를 보냈다고 상상해보자. 그 후 그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남해를 떠나지 않고 남아서 맥주브루어가 돼 남해에 수제맥주 펍을 열었는데 그게 또 대박을 쳐 ‘역전할매깡’처럼 되는 거죠. 또 하나 더 ‘비어-갈릭-비프’ 를 연계해 뮌헨맥주축제에 ‘마늘한우컨셉’의 한국형안주를 전파하는 거죠” 또한 그는 “행사와 축제의 차이는 뭘까. 일이라 느끼면 행사장이라 말한다. 순천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여수를 고민했더니 순천에 대한 답이 나왔다. 여수 엑스포가 성공해 순천 관광도 성공했다. 옆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서 옆 동네 사람들이 놀러 와서 먹게 하도록 고민해보자. 축제때 군청, 교육청 등 모든 관용차에 축제 배너를 달아 같이 홍보해보자. 관-관 협치, 민-민 협치부터 해보면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당부해 큰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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