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관광1번지로 떠오른 독일마을을 품고 있는 삼동면 물건마을은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방조어부림을 가진 것뿐만 아니라 국가가 지정 개발한 1종 어항도 가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4년 물건항과 같은 전국의 국가어항 10곳을 골라 다기능어항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펼쳤는데 이것을 10색 10항 만들기로 불렀다. 여기에 물건항이 선정됨으로써 물건마을은 독일마을을 품은 것과 같은 또 한 번의 발전전기를 만나게 됐다. 물건항은 기존의 어항기능에 해양레저기능을 더하는 피셔리나유형(어항+해양레저마리나항)으로 지정됐다. 다른 마을이 갖지 못한 커다란 발전 동력을 몇 개나 더 가진 이런 물건마을을 잘 나타내는 설명을 들라하면 ‘복 받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수부의 물건다기능어항 만들기 사업은 크게 3가지 특성적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항의 북쪽 즉 남송가족관광호텔 아래쪽 해상에 7720㎡의 해양레저지구를 설정하고 그곳에 100척의 요트를 한꺼번에 계류시킬 수 있는 마리나 시설과 연결된 잔교식 클럽하우스와 해상펜션을 짓는 것 하나, 방파제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폭 3m의 산책로(북방파제 630m, 남방파제 265m)를 파일시공법으로 만드는 것 하나, 물건항을 알리는 랜드마크 기능과 함께 탐방객들이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휴게시설 기능을 겸할 경관조망타워를 짓는 것 하나가 그것이다. 

해수부는 이중 마리나 시설을 운영할 주체를 확보하는 방법의 하나로 클럽하우스를 짓는 데는 민간자본을 유치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엘림존(대표 이현건)’이라는 회사가 민간투자자로 선정됐다. ‘엘림존’은 지난 2017년 2월 28일 남해군과 6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서를 체결한 이후 곧 잔교식 클럽하우스와 해상펜션 건축물의 착공에 들어갔고 2년간의 공사 끝에 현재 준공을 위한 마무리작업에 한창 몰입하고 있다.
현재 절반 이상 공정을 보이고 있는 요트계류장 시설 역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러시아 등 여러 나라 국적으로 알려진 대형보트 6척이 이곳에 찾아들어 계류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시설이 다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대형보트들이 이곳에 찾아든 모습에서 가까운 미래의 물건항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 내년이 되면 물건항은 대형보트와 요트들이 즐비한 항구의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달력에서나 보던 지중해의 어느 항구인 듯 느껴지는 모습을 물건항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마리나항으로 거듭나고 있는 물건항
민간자본유치는 각 지자체마다 뛰어들어 경쟁하는 하나의 마당이었다. 물건항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선 남송가족관광호텔은 남해군의 민자유치 1호였다. 이 호텔 창업주 이기평 회장은  정년퇴직 후 고향에서 관광숙박업 사업을 펼치기 위한 전망을 세우고 오랜 기간 준비해온 덕에 2002년 4월 남해군과 협약을 맺은 이후 2005년 3월 19일 호텔영업을 개시하기까지 3년 동안의 모든 과정을 순탄하게 이뤄냈다. 
물건항과 같은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는 위치가 가지는 조망권의 가치를 남들보다 앞서 알고 있었던 그의 눈은 탁월했고 정확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60대 초반이었다. 어느덧 그는 팔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기평 회장은 남송가족관광호텔을 개업한 이후 지난 14년 동안 줄곧 물건항을 내려다보면서 ‘요트가 떠 있는 물건 앞바다’를 마음에 그렸다. 그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지역신문에 기고를 하고, 나아가 군수 도지사 장관에게 끊임없이 요구해댔다. 

그러는 사이 물건항에 남해군요트학교가 세워지고 딩기요트들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요트가 떠 있는 남송가족관광호텔의 전경사진을 그는 호텔로비에 걸어놓고 좋아했다. 
나아가 그는 남해군요트학교의 딩기요트체험프로그램이 도시민들이 남송가족호텔을 선호하도록 하는 안성맞춤형 프로그램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바람이 실현된 적은 아주 짧은 기간이었다. 그는 이 점을 늘 아쉬워했다. 그러던 차에 해수부 다기능어항사업이 발표됐으니 그가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그는 해양수산부가 물건다기능어항 실시설계를 할 때 방파제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책로의 시공계획 연도를 앞당겨 줄 것을 줄기차게 밝혀 관철시켜내기도 했다.

올 한 해를 그는 호텔의 앞마당 격인 바다에 요트계류장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재미로 살아왔다. 해수면 위해 거대한 잔교로 콘크리트구조물 시공이 이뤄지고 그 위에 몸체를 세운 클럽하우스와 해상펜션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서 기뻐했다. 
최근 그는 6척의 대형보트가 계류장에 들어오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이었다. 그는 이런 장면들을 남해신문이 대서특필해서 전국에 알려주어야 하는 꺼리라 여기며 바삐 본지를 찾았다.   

물건항 조망으로 살아온 남송가족관광호텔 

이기평 회장이 남송가족관광호텔을 알리는 지면광고를 실을 땐 항상 물건다기능어항 조성사업이 완공됐을 때의 모습을 담은 조감도를 실었다. 그 조감도를 떠올려보면 2~3년 후 물건항의  실제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다기능물건항은 또 한 번 국도3호선 위의 강력한 관광산업엔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그가 그토록 바랐던 모습이 현실화되고 있건만 어느덧 그의 세월은 팔순으로 치닫고 있다. 무정한 세월이야 어떻게 하리오.  
해수부는 또한 물건항의 남쪽에 어항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완전하게 만들기 위하여 항내에 파파제를 새로이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점점 퇴진하는 어업과 진보하는 레저산업이 하나의 항에서 자연스럽게 임무교대를 해나갈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기평 회장은 그 모든 교체과정을 다 지켜보고 난 다음 후세대에게도 증언해줄 수 있을까? 이즈음 물건방조어부림의 단풍은 최고조로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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