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
▶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
▶ 김봉윤 고려대장경 판각성지 보존회 부회장
▶ 김봉윤 고려대장경 판각성지 보존회 부회장
▶ 판각시연

우리에게 삼국유사의 저자로 친숙한 일연스님과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의 인연을 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8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렸다. 
일연 스님이 남해에 머문 12년 동안의 행정과 팔만대장경과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회장 김정렬) 주최로 열렸다. 이날의 심포지엄을 함께 하기 위해 남해불교사암연합회장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을 비롯해 화방사 승언 스님, 일연 스님이 저술한 <중편조동오위>를 남해 이 곳에 모셔온 혜일 스님과 수상 스님께서 자리해 빛내주었으며 장충남 군수는 물론이며 남해군의회 윤정근 부의장, 하복만, 임태식, 정영란, 이주홍, 여동찬, 정현옥, 김창우 군의원 등 모든 군의원이 총망라되었으며 지역 내 향토사학자와 유림 등의 참여로 그 열기가 대단했다. 또 대장경문화학교 안준영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대장경문화학교 전문 각수 판각 시연과 대장경판 인경 체험을 같이 진행해 우리네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켰다.

‘대장경과 일연 그리고 남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의 ‘일연선사로 팔만대장경을 본다’ 라는 주제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김정학 관장은 발제를 통해 “일연스님의 12년 남해시절에서 남해분사와 팔만대장경의 인연이 밝혀지면 일연스님은 우리 민족의 성보, 세계의 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 불사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고려대장경의 비밀은 일연의 남해시절로 풀어야 한다”고 발제했다.

이어 그는 “<삼국유사>의 저자로 잘 알려진 스님은 선사, 국사이면서, 역사가, 시인, 최고의 이야기꾼 스토리텔러로 전 생애를 전쟁통에 소진하신 분이다. 84년의 생애 동안 11개 사찰 4개 암자를 다니시며 사셨지만, 정녕 역사 속에서는 소외되신 미스테리한 어른이시다. 일연의 84년 생애 중 가장 격변의 시기, 몽고난, 무신정권 최우, 최항의 권력다툼이 있던 1249년부터 1261년까지 일연스님이 44세부터 56세까지 12년 동안 남해에 계셨다. 그리고 군위군 인각사의 일연비문에 근거해서, 정안의 초청으로 정림사의 주지로 내려오셨고, 길상암에서 <중편조동오위>라는 책의 서문을 쓰신 것이 증명되었다. 이 부분이 남해와는 엄청난 인연이고,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 맥락이다. 벌써 많은 부분이 풀렸고, 투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태사 승통 수기스님 이후에 대장경판각 마무리 시점에 일연스님이 증의 소임을 맡으셨을 걸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선종과 교종의 역할에 대한 오해, 판각시기의 혼돈, 정안의 정치적 성향과 역할, 대장도감과 분사도감의 기능 등으로 혼란스런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연구가 부족해서인 것 같다. 분야사 연구가 융복합이 되어야 하는데, 분야사로만 연구돼 왔기 때문에 만나지를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일연스님과 남해, 팔만대장경의 연결고리가 지금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건 고정관념을 벗어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각 지자체간의 이해와 소통, 화합이 절실하다. 대장경 관련 지자체는 초조대장경으로서는 대구, 나주, 논산, 재조대장경은 남해, 강화, 합천이다. 크게들 보고, 우리 민족의 보물을 건져 올려야 하지 않겠나. 국내외 학자들이 동원되는 공동심포지움, 진지한 현장답사 등을 통해 다수 국민들의 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그런 ‘세계문화유산의 탄생비화’를 완성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분사남해대장도감과 정안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최연주 동의대 교수는 “남해, 하동의 <고려대장경> 각성사업 또는 경판 조성과 관련해 최근 주목되는 연구 경향은 정안에 대한 연구다. 그는 하동 출신의 고위 관료다. 최이와의 갈등과정에서 하동으로 낙향한 후 각성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안은 사재(私財) 시납(施納)과 같은 경제적 분담은 물론 사업이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동과 남해를 중심으로 여론 형성을 비롯해 각종 물자의 조달 등을 주도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정안의 이러한 역할에 의해 분사남해대장도감은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 등을 극복하고 `고려대장경` 각성사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핵심이자 선봉에 서 있는 김봉윤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은 ‘고려대장경 판각과 일연선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편조동오위>의 집필과 판각, 출판 당시 일연은 남해에 주석하고 있었으며, 책의 서문에 남해 길상암과 봉소헌에서 편찬한다고 쓰여 있다. 일연문도 중 12명의 승려가 판각에 참여해 590여장의 경판을 판각한 것이 확인돼 일연이 남해 정림사로 온 연유와 대장경 조성과 관련된 행적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있다”며 “일연선사는 대장경 조성의 마무리 시점에 남해로 와서 조판된 경판의 감수, 인경과 제책, 대장경에 빠진 경전의 입장과 보판작업을 수행하는 책임자로 고려대장경 조성사업에 핵심적 소임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밖에 배상현(신라대 교수), 임종욱(동국대), 고상현(조계종 교육원)씨가 토론자로 나서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조명하고 화방사 주지 승언스님은 ‘남해군 미래산업 활성화 정책 제안’을 통해 지역에 대한 책임 있는 애정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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