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면 가을이 깊어져 이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의 작은 기미만 보고도 전반적인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문록(文錄)의 당(唐나)라 시(詩)에‘산중불해수갑자 일엽낙지천하추(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산의 중(僧)은 여러 갑자년(甲子年)을 풀지 못하나, 나뭇잎 하나가 지는 것으로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회남자(淮南子:百科全書)에는‘작은 것으로 큰 것을 밝히고, 한 잎이 지는 것을 보고 한 해가 저물어 감을 안다. 병(甁) 속의 얼음을 보고서 세상이 추워졌음을 알 수 있노라’라고 했다.

송(宋)나라 주자(朱子)는 권학문(勸學文)에서 ‘미각지당춘초몽 계전오엽이추성(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연못가의 봄 풀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돌섬 앞 오동잎은 이미 가을 소리를 낸다. 무수히 돋아난 봄의 풀잎들이 아직도 봄인가 하고 자라고, 뜰 밖의 넓고 넓은 오동잎은 푸르기만 했는데, 벌써 비벼 대는 잎 소리가 말라가면서 다른 소리를 낸다. 참으로 시간의 빠름을 절묘하게 시적(詩的)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젊은이에게는 학문에 있어서 때를 놓치지 말라는 경고이고, 주역(周易)에도‘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라 하여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이 얼 때도 곧 닥친다는 뜻으로, 겨울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서리가 내리는 전조(前兆)가 있어 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면 겨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세 높은 무더위도 세월은 이기지 못한다. 역시 세월엔 장사(壯士)가 없다. 세월의 무서움을 새삼 더욱 느끼게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분다. 깊어가는 만추(晩秋)의 게절이다. 높디높은 파란 하늘과 울긋불긋 펼쳐진 단풍 물결에 감탄하고야 마는 가을이다. 물드는 단풍, 떨어지는 낙엽에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한다.

가을은 인생의 황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가을을 떨어지는 계절 ‘fall’이라 했다.특히 지는 가을을 단풍이 온 산은 붉게 물들어 아름답게 떨어지는 낙엽 ‘일엽지추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했던가? 동시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단풍산의 으뜸으로 풍악(楓嶽)으로 명명된 금강산이 있지만, 설악산도 그에 못지않은 형형색색(形形色色)을 자랑하며, 설악산을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백두대간을 타고 서서히 남하(南下)하여 오대산, 치악산을 거쳐 속리산, 내장산에 이르면 절정에 이르고, 그야말로 이른바 만산홍엽 그 자체다.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산행(山行)이라는 시에서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 섶에 앉아보니 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 아름답구나’라고 봄꽃보다 가을 단풍을 높이 평가했다. 
소설가 조정래(趙廷來)는 그의 소설 태백산맥에서‘새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었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명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라며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 절정을 묘사하기도 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산의 단풍은 감탄할 만큼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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