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찬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정해찬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어느 명절이었던가 가족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복권 이야기가 나온 터에 매주 복권을 사서는 매번 ‘꽝’을 손에 쥐는 형에게 제가 번번이 복권으로 ‘자진납세’를 하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게 어떠냐 권한 적이 있었습니다.

형이 웃으며 말하길, “이걸로 한 주 간의 희망을 안고 사는 데 안 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몽매한 일확천금의 기대를 힐난하다가 문득 그마저 없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형의 그 말도 어쩌면 일리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서민의 삶이야 매양 고되고 퍽퍽한 것이고 보면, 허술한 희망이나마 없는 것 보다야 나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기를 만약 당첨되면 그 돈으로 무얼 하겠냐 하니 얼마는 대출을 갚고, 또 얼마는 은행에 맡겨 예금이자를 받고, 남은 돈으로는 무엇을 사고하는 식의 그 몽매한 희망을 나름 구체적으로 그려내었습니다. 그리고 복권으로 얻게 될 ‘바라는 삶’을 그려내는 형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어리석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희망을 얻는 것은 ‘일주일에 돈 오 천원쯤이야’를 마음먹게 하는 힘이 있었던 셈입니다. 이렇듯 아무 것도 얻지 못하여도 희망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정치도 그와 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운명이란 한 사회의 운명 안에서 흐르는 지류이고 보면, 결국 더 나은 개인의 삶이란 더 나은 사회를 희망하는 일에서 출발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차별이 없는 세상, 빈곤이 없는 세상, 전쟁이 없는 세상 등 자신이 바라는 세상은 제각각이고 실현될 가능성 또한 희박한 것일지라도 바라는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이는 그것만으로도 우리 형의 얼굴마냥 미소를 띄울 것이라 믿습니다.

여기 일주일에 단돈 천원으로도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복권이 있습니다. 당첨가능성은 일반복권보다 훨씬 높고, 당첨자도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당첨자가 많아져도 당첨금이 줄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선뜻 사기를 망설이는 복권입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데 애쓰는 정치인과 정당을 지원하는 정치후원금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 대한 대중이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정치를 통해 이뤄지는 이상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을 포기할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몇 달 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그 내용의 파격을 떠나 이름만으로도 ‘아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세상의 그 많은 소심한 ‘김 대리, 이 사원, 박 주임’이 겨우 꿈만 꾸었음직한 법입니다. 그들에게 이것이 복권이라면 분명 대박일 것입니다. 저는 이 글로써 여러분에게 정치후원금이라는 복권을 권하려 합니다. 당첨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당첨’에 대한 기대가 주는 행복은 여러분의 평범한 삶을 버티게 도와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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