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지만 결혼은 무리수, 결혼은 해도 출산은 미지수”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여기엔 시시비비가 있을 수 없다. 개인의 선택이고 결정이니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작금의 시대에도 결혼과 육아의 숲을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이가 많다. 여기 긴 연애 끝에 3세, 4세 연년생 딸 둘을 키우며 사는 장수 커플이자 딸바보 엄마, 아빠가 있다. 이승은, 정윤오 부부. 둘은 공무원 커플이다. 엄마 이승은 씨는 창원시청 소속, 아빠 정윤오 씨는 남해군청 소속이다. 이승은 씨는 2015년 12월 육아휴직 계를 내고 현재까지 4년째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엄마 이승은 씨가 들려주는 아이 키우며 사는 삶을 그녀의 목소리로 담아보았다.     <편집자 주>

▪쌍둥이 키우기보다 힘들다는 연년생을 키우기까지

2014년 가을에 결혼하고 2016년 2월에 첫 아이를 낳았다. 그러다 첫 딸 6개월 무렵 감기가 너무 오래 가는 것 같아 링거 좀 맞아야지 할 때 혹시 싶어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더니 임신이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나 모른다. 첫 출산 이후 15개월만에 연년생으로 2017년  5월 둘째를 낳았다. 모성애가 아이 태어난다고 당장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어지간해선 일하는 신랑을 아이 일로 밤에 깨우지 않거든요. 그러다 둘째 8개월 땐가? 우는 애 때문에 새벽에 깨서 달래다가 신랑이 새벽에 혼자 축구 보는 걸 목격하고선 숨도 못 쉴 정도로 오열하면서 울었던 적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힘든 시간도 둘째가 첫 돌에 접어들자 조금씩 안정이 되면서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턴 아이나 신랑이 아픈 게 아니라면 주말마다 딸들 데리고 무조건 밖으로 나갔어요, 하하하.

▪동물 보러 마트에 간다는 도시 엄마 이야기는 충격

사실 남해는 공기가 좋으니까 어딜 가도 좋아요. 남해 살면서 집안에만 있는 건 낭비죠.
 ‘나래숲’도 좋고 ‘내산’도 좋고 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앙마르뜨’도 좋죠. ‘나비생태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창원에서 근무했으니 창원에 친구들이 많은데 한 친구가 “애들에게 동물 보여주러 마트 간다”기에 충격받았어요. 우리는 나가면 바다를 보고, 갯벌을 만지고, 단풍을 보고 숲을 느끼고 나비와 곤충, 동물을 접할 수 있잖아요,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새삼 느꼈죠. 남해에서 계속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 부부도 많이 했었어요. 아동병원에 대한 고민이 컸거든요. 생명과 직결되는 기본권인데 믿고 갈 전문아동병원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에서 키우고 싶어요. 왜냐면 깨끗한 환경 속에서, 다 아는 이웃이라는 사회안전망 속에서 두 딸과 함께 더 많은 걸 체험하며 살고 싶거든요.

▪공무원이라 좋은 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에요. 각각 맞벌이 부모와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유년기를 보냈기에 ‘불이 꺼진 집, 혼자 먹는 식사’에 대해 회의적이죠. 그래서 최대한 아침밥, 저녁밥은 집에서 같이 먹으려 해요. 엄마 아빠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아이 키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되면 아이들도 서서히 부모에게서 독립하잖아요. 아이가 어릴 수록 부모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죠. 그런 점에서 공무원은 ‘공과’라 해서 어린이집 입학식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적으로 쉴 수 있는 제도도 있고 요즘에는 유연근무제나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서도 이해해주는 분위기인 것 같아 감사하답니다. 그런데 남해 살면서 보니 생각보다 토요일에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보육수당 10만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실질적으로 ‘시간’이 절실한데 좋은 제도는 다 공기업, 대기업 위주로 시행될 뿐 남해군내의 업체나 일자리엔 해당이 안 돼 안타깝죠. 저출산 문제요? 저출산이 문제라 하는데 남해에선 둘은 기본이고, 아이 셋도 많고 넷인 가족도 봐서 그런지 아이 키우기 좋은 곳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도시 사는 친구들은 신랑 혼자 벌어 네 식구 산다고 하면 생활이 되냐며 엄청 놀라요. 그런데 ‘보이는 게 적으면 씀씀이도 적다’는 신랑 말처럼 확실히 도시보단 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웃을 일이 많았을까?

아이 아빠가 항상 하는 말이 있죠. 아이들이야말로 비타민이라고요. 업무와 민원에 지쳐 집에 왔을 때 문을 열자마자 “아~빠~아” 하고 와락 안기는 두 딸로 인해 스트레스는 순간 제로가 된대요. 우리가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웃을 일이 많았을까 싶기도 해요. 지금 제 삶은 온통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어요. 저는 다행스럽게도 ‘사회 속 제 자리’가 확실히 보장되는 상황에서 하는 육아다 보니 당당하게 쉬고 아이 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신나요, 좋아요”라고 말할 때마다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소중해요. 아, 그리고 ‘네이버로 아이 키웠다’는 엄마들이 많던데 전 운 좋게도 ‘공동육아나눔터’를 알게 돼 많이 도움받았어요. 아직도 모르는 엄마들이 많던데 전입신고나 출생신고 때 나눔터와 화전도서관 프로그램 등의 안내가 같이 이뤄지면 육아가 한결 즐겁지 않을까요? 우리 같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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